현재 서방과 중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어 러시아의 지나친 석유 수출 의존도는 큰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화석연료의 채굴과 이용이 증가하면서 기후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렉산드르 트카초프 러시아 농업장관은 성명에서 "2800만t의 밀을 포함해 3400~3500만t의 곡물을 수출했다"며 "밀이 결국 석유 수출을 뛰어넘어 수입의 가장 큰 원천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광활한 토지에도 불구하고 늘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러시아가 갑자기 신흥 식량 수출국으로 부상한 데는 세계 인구와 기후 변화가 일조했다.
러시아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구소련이 붕괴한 1990년 초부터 유라시아 곡물 생산지역의 온도는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추세 대로라면 2020년까지 1.8℃, 2050년에는 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라시아의 기후 변화는 겨울철에 두드러졌다. 이는 작물의 성장 시기를 늘려 작물 수확량을 크게 높였다. 동시에 화석에너지 소비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고 이 또한 작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기후가 농업에 적합하도록 변화하는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전통 곡물 강국들은 가뭄과 악천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면서 비롯된 기후변화가 러시아에게 곡물 수출이라는 큰 선물을 안긴 최고의 도우미인 셈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