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럭비를 잘하고 축구를 못하는 나라들이 많은 대륙인 오세아니아에서 파푸아뉴기니 또한 럭비 열기가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를 누르고 탁구의 보급을 시도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워낙 강한 탓으로, 파푸아뉴기니의 탁구는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스포츠 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이곳에서 파푸아뉴기니 탁구 선수가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실력이 인정된 탁구 선수들은 지난 11월 포트모르즈비를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당시 시 주석의 파푸아뉴기니 방문은 태평양의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명백한 갈등의 대립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립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중국은 핑퐁외교를 내세운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파격적인 움직임은 파푸아뉴기니가 최근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중요성이 증가함으로써 더욱 가속화됐다. 핑퐁외교를 통해 친화력을 키운 후 서방 국가들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시키고, 시 주석이 내세우는 거대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와 연계해 경제협력을 추진함으로써, 궁극적인 태평양의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의 관계는 대부분이 대형 인프라 정비 프로젝트를 통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많은 섬나라들에게 엄청난 빚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파푸아뉴기니 또한 중국이 투입하는 자금으로 인해 엄청난 빚에 시달릴 가능성도 우려된다. 파푸아뉴기니는 이미 도로와 경기장, 대학, 수산 가공 시설 등의 인프라 건설 비용으로 중국에 약 5억9000만달러(약 656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남태평양 지역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파푸아뉴기니가 막대한 채무 탓에 "중국의 의도에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측의 제안을 물리칠 목적으로 지난달 미국과 호주는 파푸아뉴기니에 해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중국이 이를 선점하게 된다면 미국은 전략적 핵심 요충지 하나를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다.
중국은 '핑퐁외교'를 내세워 양국 국민들의 친화력을 높이겠다고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탁구뿐만 아니라 중국어 교육 지원과 라디오 주파수대 구입, 전통 중의학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해군 병원선 파견 등의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중국과 미국의 G2 패권 전쟁 전략 중 태평양의 패권을 둘러싼 최고의 핵심 전술이 파푸아뉴기니에서 진행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장래에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