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버트하이저 무역대표와 중국의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양국 대표단은 14일부터 이틀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협상을 갖는다.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매겼고, 이에 중국이 맞대응하며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1일부터 별도의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려 하다가 지난해 12월 90일간의 무역 휴전을 선언하며 보류했다. 당시 백악관은 3월 1일까지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합의하지 못할 경우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3월 중 비공식적으로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이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이르면 3월 중순쯤 열릴 수 있으나,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회담 장소로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꼽았다. 이 곳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인 2017년 4월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던 곳이다. 악시오스는 또 "마러라고 말고도 베이징과 하이난을 포함한 다른 장소들이 함께 언급됐으며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지 언급하기에는 불확실한 아직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트럼프 시진핑 두 정상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 그런 만큼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두 정상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합의는 결국 정상회담을 통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도 오늘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 달려있다.
미국과 중국이 3월1일로 다가오는 휴전 종료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휴전연장도 물론 미중 고위급무역협상에서 원칙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14일과 15일 협상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항로를 좌우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무역협상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지적 재산권'이다.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은 기술, 혁신, 노하우 및 영업 비밀의 훌륭한 생산자이며, 그러한 것들이 보호되는 환경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제조 2025' 정책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최종적인 합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들이 일제히 '미·중은 분명히 새로운 협상이 순조롭기를 희망한다'는 제하의 공동 사설을 게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적어도 중국은 무역전쟁보다 타협을 원하고 있으며 협상과정에서 상당부문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포괄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통상적인 필수요소들이 부족하다"면서 "양측이 어느 부분에서 동의하고, 어느 부분에서 동의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의서 '초안(draft)'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과 중국은 포괄적 합의를 위한 기초 교통정리부터 돼 있지 않은 것이다.
미국 재무부에서 무역협상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애덤스는 WSJ에 "통상적으로 지금의 협상단계에서 공동문서의 초안을 교환한다"면서 "이행방안과 검증 가능성에 관한 문제는 문서에 기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가장 쟁점으로 삼는 지적재산권 절도와 정부보조금 위안화 환율조작 등에서 해 중국이 얼마나 태도를 바꾸는지가 협상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무역수지 불균형과 중국 경제개혁 등도 물론 협상대상이다.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