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얼룩말 줄무늬 비밀 풀렸다… "흡혈 파리 헷갈리게 해 퇴치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얼룩말에는 왜 줄무늬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미스터리를 캐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과학자들은 최근 그 과학적 수수께끼를 시원하게 풀었다. 줄무늬는 얼룩말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항상 괴롭혀 온 흡혈 파리를 헷갈리게 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오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찰스 다윈과 같은 진화론자들은 이 줄무늬가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일부 학자들은 맹수를 피하기 위한 위장 용도로 사용된다고 주장했으며, 또 얼룩말들 사이의 신호를 주고받기 위한 표식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 검고 하얀 체크무늬로 피부의 온도를 떨어뜨려 더운 기후에서 견디게 해준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일치되는 의견이 나왔다. 줄무늬가 아프리카의 흡혈 파리인 체체 파리(tsetse flies)와 같은 곤충에게 물리지 않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파리는 암수 모두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수면병(sleeping sickness)을 옮기는 곤충이다.
줄무늬가 해충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구 방식을 달리해 기존의 연구를 입증시켰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이 연구를 위해 과학자들은 말, 얼룩말, 그리고 얼룩말 줄무늬를 입힌 일반 말을 시험대상으로 등장시켰다. 그리고 파리의 접근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진화 생태학자이자 동물 색상 전문가인 팀 카로(Tim Caro) 교수는 "동물들이 갈색과 회색 줄무늬를 보았을 때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나 얼룩말처럼 검고 하얀 줄무늬를 보았을 때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리가 얼룩말 무늬에 접근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고속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파리들이 줄무늬에 접근하면서 큰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혈 파리들이 얼룩말 줄무늬 위에 안착하지 못한 채 충돌하거나 그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방향을 180도 돌려 허공을 향해 다시 날아올라 가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줄무늬가 파리의 위치 감각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실험은 영국 브리스톨 대학 인근의 한 농장에서 아프리카에서 포획한 얼룩말과 다양한 종류의 줄무늬 옷을 입은 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얼룩말의 줄무늬가 흡혈 파리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얼룩말의 검고 하얀 줄무늬가 등에의 순조로운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얼룩말의 줄무늬가 왜 생겨났는지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결과 실제로 흡혈 파리가 얼룩말 피부 위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비율은 일반 말과 비교할 때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말에는 쉽게 접근했지만 얼룩말에는 안착하지 못했으며 성공 확률도 거의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얼룩말의 줄무늬가 없는 부위인 머리 부분에는 파리가 쉽게 접근했다. 이는 줄무늬가 파리의 흡혈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 는 줄무늬로 인한 시각적 혼란이 흡혈 파리의 비행에 장애를 있다는 사실이다.

카로 교수는 얼룩말의 줄무늬와 관련해서 이발관 앞에 걸어놓는 간판 기둥으로 파란색과 빨간색이 겹쳐 돌아가는 소위 '바버 폴(barber pole)'을 예로 들었다. 이 장치가 계속 돌면서 사람들의 시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처럼 얼룩말의 줄무늬도 그렇다는 것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