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메이저방송의 하나인 NBC 자회사로 미국 뉴욕증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제TV채널 CNBC는 최근 무역전쟁을 분석하는 특집기사에서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유로버스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또 하나의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EU가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그 보복으로 EU산 헬리콥터 등 항공제품에 112억 달러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환율 조작 등을 구실로 미일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CNBC의 분석은 그러나 이 같은 무역전쟁 종식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 방송은 미국이 더 길고, 오랜 일련의 무역전쟁, 즉 '영구적인 무역전쟁' 상태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 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지만 한국산 철강에 세이프가드, 세탁기 등에는 대규모 관세를 물렸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도 무역보복을 한 것이다. 미국은 또 지난해 9월 30일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서명했지만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대한 관세를 없애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미중무역 협상도 미국이 보복관세를 계속해서 물릴 수 있는 권리를 영구적으로 갖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합의를 통해 일단 전쟁을 끝내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무역보복을 가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동원한 무역전쟁은 그저 협상에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관세 자체가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수단일 수 있음을 시사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관세맨'이라고 자차하고 있다.
지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IMF는 무역긴장 고조를 중대 위험으로 보고 있다"면서 "비록 미중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고, 조만간 협정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무역긴장이 자동차 같은 다른 부문에서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선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도 무역전쟁이 다양한 주제에 관해, 다양한 무역상대방과 지속적인 것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무역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그저 격전과 냉전을 오갈 뿐 무역전쟁은 임기 말까지 쭉 이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관세가 무역상대방의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도록 강제하기 위한 협상수단이라면 무역전쟁과 관세폭탄은 일시적일 수 있다. 이러한 전쟁에서는 협정이 맺어지면 관세폭탄이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에서 보듯 관세는 협정 체결 뒤에도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다른 목표란 바로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고 이 방송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들이 더 낮은 생산비용을 갖춘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에 맞서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고 시장점유율도 회복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주는 것이라면 관세폭탄이 결코 일시적일 수 없다. 제조업에 필요한 자본은 값싼 외국 제품들로부터 미국 기업들을 지켜줄 관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미국 쪽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의 전략이다. 내년에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로서는 지지층 결속을 위해서도 무역전쟁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