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으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28일(현지 시간) 홍콩의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장문의 칼럼 기사를 통해 "중국은 거만하며 판단을 착각하고 있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화웨이를 진짜 죽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만약 미국 트럼프 정부가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한결같이 일관되게 나간다면 화웨이를 비즈니스에서 찍어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 기업의 수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비단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해 외국 기업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분된 블록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의 국제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중의 기술 냉전은 아직 경제적 빙하기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참혹한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길은 많다"며 타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충고했다.
그러나 리스크는 크다. 지난주 중국 본토 언론들은 미국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번창할 수 있으며, 미국 기술을 대신할 경제적 대체 방법이 있다는 등의 국수주의적인 수사로 가득 도배했다. 그러나 어떠한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및 스마트폰은 미국의 부품 특히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부품 중 일부는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부품으로 쉽게 교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 일본 제품 등으로 대체 할 수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만든 것들이다.
따라서 만약 한국과 일본의 공급업체가 화웨이에 부품을 팔게 되면 미국의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주 왜 일본의 파나소닉과 히타치가 중국에 주요 부품 선적을 중단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이유다.
화웨이가 자회사인 반도체 업체 하이실리콘(HiSilicon)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 통제와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산 칩과 별도의 독립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기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이실리콘 제품의 디자인은 외국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이 업체의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a Chip)'은 영국의 칩 디자인 업체인 암(ARM)이 설계한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사실 세계의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ARM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지난주 ARM은 화웨이와의 모든 링크를 중지시켰다. ARM의 설계에는 미국의 지적재산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