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외국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화웨이 역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에는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화웨이산하 반도체제조사 하이실리콘(HiSilicon)과 애플과 퀄컴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타이완 TSMC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자사의 스마트폰과 통신기기에 반도체가 필수불가결해 미중간 '기술패권'을 둘러싼 경쟁의 중심에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의 기기를 차세대통신 5G 네트워크에서 배제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같은 미국측의 배제논리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5월에 미국의 경제 블랙리스트에 등재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설계에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계속 사용해왔다고 미국 상무부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규정 변경에 따라 미국이 반도체 칩 제조기기를 사용하는 외국기업은 화웨이와 하이실리콘 등 화웨이 관련사에게 특정 칩을 공급하기 전에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가 계속 일부 반도체 칩을 공급받거나 특정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과 과련된 몇몇 반도체 설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규정 변경과 관련해, "미국 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에 반하는 악의적 활동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화웨이와 계열사들이 그동안 안보에 기초한 규제를 훼손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규정개정에 따라 출하가 이날부터 120일 이내에 완료될 경우 이미 제조중인 웨이퍼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까지 생산된 반도체칩 이외에는 규정에 따라 화웨이에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국가안전 보장상의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와 114개의 화웨이 관련회사를 경제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이 때문에 미국 및 해외기업 일부는 미국 상무부에 판매를 위한 특별허가를 받지 않을 수 없었지만 미국정부 내 매파들은 통제범위를 벗어난 수많은 공급망에 불만을 가져왔다.
이와는 별개로 상무부는 화웨이가 생산한 장비를 미국의 통신업자가 구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의 예외조치를 8월 13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시골 지역의 무선통신망을 운용하는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조치를 인정한 것이지만 이번이 마지막 연장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중국 통신회사를 겨냥한 일련의 조처를 강구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국영 통신회사 3곳의 미국 영업을 정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또한 구글이 요청한 미국과 타이완 간 8000마일의 해저 케이블 활용을 승인했지만 홍콩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하며 승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기업이 국가 안보 위험을 가하는 기업이 제조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이는 화웨이와 중국의 2대 통신업체인 ZTE(중흥통신)를 겨냥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