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운동의 확산은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FOX의 ‘심슨 가족’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빅 마우스’ 등 백인 이외의 캐릭터의 성우로부터 백인이 물러나는 움직임이 애니메이션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폭스의 장수 애니메이션 ‘심슨즈’는 백인 이외의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CNN 등 복수의 현지 미디어가 알렸다.
■ 인종차별 ‘스테레오 타입 강화’ 비판에 직면
폭스 네트워크의 공식 사이트 등에 따르면 ‘심슨 가족’은 198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가공의 거리 스프링필드에 사는 심슨 일가의 일상을 그린 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가족, 사회, 정치 등에 대한 풍자와 블랙 유머가 넘치는 스토리가 특징이다.
BBC 등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인도계 미국인 캐릭터 에이푸(Apu)의 목소리를 백인 배우 행크 아자리아가 맡아온 것에 대해 오랜 기간 비판을 받았다. 아자리아는 역이 만들어진 1990년 이래 줄곧 이 역할의 성우를 맡아 왔다. 에이푸는 편의점 주인들 사이에서 “인종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아자리아 는 2020년 초에 이 역할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유색인종 목소리 연기 백인 배우 줄줄이 하차
백인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FOX의 성명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목을 누르는 가혹행위에 의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과 해외에까지 파급된 인종차별 반대 항의시위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항의 운동의 애니메이션계에의 영향은 ‘심슨 가족’ 이외에도 퍼지고 있다. ‘심슨 가족’와 함께 FOX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패밀리 가이’에서 흑인 캐릭터 클리블랜드역을 맡은 백인 배우 마이크 헨리는 "클리블랜드를 20년 연기한 게 자랑스럽다. 저는 이 캐릭터를 매우 좋아하지만, 유색인종의 사람이 유색인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이 역을 그만둔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 넷플릭스, 애플 애니메이션 배우들도 동참
CBS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빅 마우스’는 성우 제니 슬레이트가 유색인종 캐릭터인 미시 역을 하차한다고 발표했다. 배우 크리스텐 벨은 애플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센트럴 파크’에서 유색인종 캐릭터의 몰리를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표했다. 크리스텐 벨은 인스타그램에 “지금이 우리의 공범 행위를 인정할 때다. 이건 저에게 그 행위 중 하나다. 센트럴 파크에서 몰리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광대한 특권에 대한 나의 인식의 결여를 보여준다”고 코멘트했다.
그는 “다른 인종의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기용하는 것은 인종의 특수성이나 흑인 미국인의 경험을 해치는 일이 된다. 그건 실수였다. 우리는 센트럴 파크의 팀으로 올바르게 바뀔 것을 맹세한다. 저는 이 캐릭터를 보다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물려주게 돼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