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지명을 확실시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유권자의 3분의 2는 트럼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부실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11월 3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진다는 법은 없다. 2016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 늘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훨씬 우세했었다. 투표일까지 판세가 역전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다음과 같은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코로나19 완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에서는 16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0만 명이 실직했다. 올여름 감염자 수는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감염 상황은 향후 3개월 동안 어떠한 추이를 보일 것인가?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신규 감염자 수는 요즈음 한계점에 이르러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 간 계속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백신의 존재도 잊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까지의 완성이 가장 빠른 것으로 여겨지는데, 두 달 전에 대통령이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 선거 활동에서는 위기에 대해 누구에게 지휘권을 넘기는 것이 최선일 지에 대한 것이 최대이슈가 될 전망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예상외의 진전이 있으면 트럼프에게 순풍이 될 것이다.
■ 경기 ‘V자 회복’
올봄 미국 경제를 둘러싼 데이터는 최악이었다. 락 다운(도시 봉쇄)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열쇠이자 지주였던 경제성장을 멈춰 버렸다. 실업자는 1930년대에 필적할 정도로 급증하고 3년간 쌓아온 미국 시장의 호경기는 몇 주 만에 사라졌다. 만약 ‘V자 회복’이 이뤄지면 트럼프가 유리해질 수 있다. 트럼프는 경제활동 재개 이후 이미 기록적인 일자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급격한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 트럼프는 유권자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바이든의 자충수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은 그가 뛰어난 후보이기 때문은 아니다. 바이든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싸웠던 버니 샌더스와 피트 부티지지의 지지자를 얻는 데 실패한 바 있다. 게다가 젊은 층의 지지도 확대되지 않고 있다. 말실수가 잦은 데다 당선되더라도 취임 때는 78세다. 트럼프 진영은 줄곧 바이든의 인지능력 저하를 화두로 꼽아왔다. 만약 1대1 토론에서 바이든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런 주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수 있다.
■ 침묵하는 다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선거전 최대 관심사지만 쟁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이론을 철저히 배제하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 관계자들의 동상 제거가 주요 이슈다.일부 여론조사에선 남군 지도자뿐 아니라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나 미 합중국 건국의 아버지 등에게까지 미친 동상 철거 움직임에 대해 유권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 연방 직원을 보내 갈등 구조를 강조하며 경찰과 충돌 중인 시위자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정으로 법과 질서를 요구하는 ‘사일런트 머조리티(침묵하는 다수)’가 있어 대선 몇 주 전에 문화전쟁이 격화되면 그들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