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실 캐피털 부도로 스위스의 대형은행과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 2곳, 영국의 부호 등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린실 문제는 손 회장이 투자 전략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린실은 미국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 아담 뉴먼 전 최고경영자(CEO)나 인도 오요호텔 창업자 리테쉬 아가왈 급의 대우를 받았다. 2019년 소프트뱅크의 주주총회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3명의 사진이 게재돼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혁명'이라며 핵심 AI 창업가 집단으로 소개됐다.
그린실 캐피털 간부에 따르면, 그린실 자신도 손 회장과 알고 지냈다는 사실을 수시로 자랑했다고 한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그린실은 비전펀드 홈페이지에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패밀리로 참여함으로써 얻은 것은 네트워크와 자본, 컨설팅 뿐만 아니라 손 회장이 파트너이자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실은 손 회장의 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은 세계를 주도할 기술 기업에 투자해 기업간 협력을 촉진하고 이들이 위워크의 사무실 공유 네트워크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린실이 맡은 역할은 스타트업이 많은 담보를 설정하지 않아도 쉽게 저리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린실은 외상매출 채권을 담보로 단기 융자를 제공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출자한 기업에 대한 일부 융자는 외상매출 채권이 아닌 미래의 매출 예측에 근거한 대출이었다.
이런 대출이 대부분 크레디트스위스의 공급망 펀드를 통해 이뤄지며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돈을 차입한 거래처에는 오요호텔이나 모바일 소프트 개발업체 페어파이낸셜, 신흥 건설업체 카테라 등이 포함됐다.
소프트뱅크는 크레디트스위스의 펀드에도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상충 관계에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내부조사 결과 소프트뱅크는 같은 펀드에서 7억 달러를 빼냈다. 비전펀드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젠테이션 자리에는 언제나 그린실이라는 회사 이름이 있었다.
손 회장과 그린실의 관계는 2020년 3월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여파로 공급망이 압박당하자 투자자들은 그린실의 최대 자금원이었던 크레디트스위스 펀드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내 버렸다. 그 뒤 그린실은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업에 제공한 자금의 반환에 대해 상의했고 서로의 연락은 그 순간부터 끊겼다.
2020년 12월이 되자 그린실은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소프트뱅크는 4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채무를 탕감하는 거래를 했다. 그린실은 이를 크레디트스위스 펀드의 상환에 썼다. 소프트뱅크는 카테라에 2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그린실과의 거래와 관련해 토머스 고트슈타인 CEO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의 책임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 규제당국은 브레멘 소재 그린실 은행이 영국 사업가 산지브 굽타와 관련된 자산을 어떻게 계상했는지 등을 조사하도록 검찰에 요청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