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맹위를 떨치며 ‘소셜 디스턴스’(사회적 거리)의 확보나 외출 규제 등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리먼 사태 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자살자 수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반면, 최근 20년간 자살률이 증가 추세를 보였던 미국에서는 2020년에는 자살한 사람의 수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 순위에서 가장 많았던 심장질환, 암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 3위로 떠오른 가운데 자살은 전년 10위에서 11위로 뒷걸음질 쳤다.
■ 자살자 수 5.6% 줄어 4만4834명으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미국 의사회가 발간하는 잡지 ‘JAMA’에 발표한 잠정치에 의하면, 2020년의 사망자 수 자체는 전년부터 17.7%나 크게 증가했다(연령 조정한 숫자는 15.9%). 이처럼 사망자는 많아졌지만, 자살로 숨진 사람은 2019년 4만7511명에서 2020년 4만4834명으로 5.6% 감소했다.
미국의 자살 예방재단(AFSP)에 따르면 이번 잠정치에서는 자살자의 연령, 성별, 인종, 경제 상황과 같은 세부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왜 자살자가 줄었는지 현재 뚜렷한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한다.
AFSP는 또 자살은 보통 사람으로부터의 고립, 기분 침체, 불안, 경제적 스트레스, 자살 수단 입수 여부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의 정신적 영향은 장기적일 것으로 생각되므로 자살에 대한 영향도 향후 1년 이상 지나야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심리적 연대감 강화
2020년은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서의 자살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CDC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자기보고 형식’의 조사에서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 중 우울, 불안, 트라우마, 기타 스트레스 관련 장애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비율은 40.9%에 달했다. 2019년 2분기 조사와 비교하면 불안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3배,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4배나 됐다.
또 지난 30일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의 비율은 10.7%로 2018년의 약 배가 되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25.5%, 가족 등의 케어를 하고 있는 사람에서는 30.7%로 비율이 높았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심리학 전문 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는 2020년 자살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막상 자살하지 못한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처지 사람들이 결속해 서로 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AFSP 최고책임자인 크리스틴 무티에 박사도 같은 생각이다.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해나 전쟁 등의 곤경이 놓여진 사람들은 그 초기 단계에서 서로 일치단결해 서로 지지하는 국면이 있다”고 설명하고 “신종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콜로지 투데이’는 또 다른 요인도 가능성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로 방역 조치로 인한 자율 격리로 인해 사람들과의 거리가 생긴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중에는 가족이나 파트너, 룸메이트 등과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2020년 정국(대선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운동 등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친 것도 자살이 줄어든 요인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