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자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퀀트 펀드들이 몰락하는 상징이다.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저조한 수익 탓에 고객들이 만기가 되면 재투자하는 대신 속속 돈을 회수하고 있다. 심지어 만기 전에 해지를 요구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소식통들은 고객들이 돈을 빼가는 탓에 르네상스가 이제는 주로 자기 돈으로 거래하는 자기매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량분석에 기반한 투자기법을 들여와 헤지펀드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르네상스 설립자 짐 사이먼스의 명성도 이제 옛말이 됐다.
군 암호해독관 출신으로 수학자이기도 한 사이먼스는 르네상스를 설립해 이를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펀드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투자자다.
르네상스의 고객 이탈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단계를 밟고 있다.
고객들이 르네상스에 맡긴 돈으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르네상스는 지난해에만 사이먼스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내부자들은 탄탄한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큰 손실, 도덕적 해이 등이 겹친 탓에 고객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석달간 약 50억 달러를 펀드에서 빼갔다. 또 이후 이달까지 석달간 고객들이 인출한 규모는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다만 4월을 고비로 5월과 6월에는 고객들의 투자금 환수 속도가 주춤하고 있다.
세계 최대 퀀트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르네상스는 펀드 자체가 아예 두개 파트로 쪼개져 있다.
하나는 내부자들과 외부 기관투자가들을 대신해 투자하는 공공 헤지펀드들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직원들이 투자하는 메달리온 펀드이다.
2005년 사이먼스가 메달리온에서 마지막 외부 투자자들을 쳐낸 뒤 르네상스의 투트랙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외부 투자자들을 위한 펀드는 크게 3개가 운용 중이다.
맨 먼저 르네상스 기관주식펀드(RIEF)를 설립해 컴퓨터 모델을 통한 투자를 시작했고, 뒤이어 르네상스 기관 다변화 글로벌 주식(RIDGE), 르네상스 기관 다변화 알파(RIDA) 펀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외부 투자자들을 위해 운용하는 이들 3개 펀드들은 최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3대 펀드 모두 지난해 사상최악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올 1분기까지 손실이 지속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엄청난 실적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는 기술주 투자로 엄청난 수익률을 내며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인베스트먼트 주가가 지난해 15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퀀트 선구자 르네상스는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다.
3월 이후에는 그나마 실적이 조금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올 5월까지 실적은 수익률을 밑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시장 폭등세 속에서도 참고 기다려 온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4월 30일까지 르네상스 3개 펀드에서 빠져나간 순자금 규모는 101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자 자금 순유출 규모는 5월에도 7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도 추가로 4억 달러가 더 빠져나갔다.
지난해 6월 20일 이후 RIEF의 운용자산은 25% 넘게 급감했고, 이후 자금환수는 RIDA, RIDGE로도 확산돼 각각 운용자산이 50%, 43% 쪼그라들었다.
르네상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퀀트 펀드들이 전반적으로 투자금 유출을 겪고 있다.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퀀트 전략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1700억 달러 넘게 줄었다.
스카이브릿지 캐피털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트로이 가예스키는 최근까지도 퀀트 헤지펀드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다른 펀드들과 달리 퀀트펀드 매니저들은 복잡한 투자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왜 손실이 나는지, 돈을 벌었다면 어떻게 벌었는지조차 이해시키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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