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결과로 지난 2019년 조사 때보다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음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특히 미국 최상위 부유층의 재산은 지난해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상위 1% 자산, 사상 처음으로 중산층 앞서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이 최근 내놓은 미국의 소득 분배 추이에 관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최상위 1% 부유층의 순자산은 36조2000억달러(약 4경3219조18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 전체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순자산은 35조7000억달러(약 4경2632조9400억원)으로 나타나 사상 처음으로 최상위 1% 부유층의 자산이 중산층의 자산을 앞지르는 기록을 세웠다.
비중으로 따지면 미국 전체 가구 자산에서 1% 부유층의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7%, 중산층의 비율은 26.6%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연준이 지난 1989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참고로 연준이 지난 2019년 집계한 통계에서는 최상위 1%의 자산은 35조4000억달러(약 4경1100조원), 중산층의 자산은 36조9000억달러(4경2700조원) 규모로 작은 차이지만 중산층이 앞서 있었다. 2년 사이 중산층의 자산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셈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중산층은 통상 연소득이 2만7000달러~14만1000달러(약 3200만~1억7000만원)인 경우로 약 7750만명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상위 1%는 연소득이 50만달러(약 6억원) 이상인 경우로 이에 해당하는 가구는 130만가구로 추정된다.
◇갈수록 부의 불균형 심화
무엇보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연준의 역대급 통화 팽창 정책에 힘입어 증시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결과 최상위 부자들의 곳간이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대비 최상위 1%의 자산은 4조달러(약 4777조6000억원)나 급증했으나 하위 50%의 자산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는 민간 싱크탱크 IPS가 따로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비슷한 기간 동안 1조8000억달러(약 2150조6000억원) 늘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추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 제이슨 퍼먼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고소득층의 자산 증가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반대로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난 1943년부터 1973년까지는 미국의 가구 소득이 배로 증가하는데 통상적으로 23년이 걸렸지만 최근 50년 동안에는 그 기간이 100년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민주당을 대표하는 개혁파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도 “절대적인 부의 불평등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구의 대다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지 못한다면 정부는 민의의 지지를 결국 상실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