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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창업자 5명 가운데 2명만 억만장자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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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창업자 5명 가운데 2명만 억만장자 된 이유



테슬라 공동창업자 5명. 마틴 에버하드, 마크 타페닝, 이안 라이트, JB 스트로벨, 일론 머스크(왼쪽부터). 사진=로이터/오토모티브뉴스/CNBC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공동창업자 5명. 마틴 에버하드, 마크 타페닝, 이안 라이트, JB 스트로벨, 일론 머스크(왼쪽부터). 사진=로이터/오토모티브뉴스/CNBC

오로지 전기차만 만드는 기업으로 지난 2003년 출발한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등극하는 데는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테슬라의 눈부신 성공 역사를 전기차를 기준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부족하다. 테슬라의 시가총액 역시 지난 10월 1조달러(약 1180조원)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독일의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9곳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일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로서는 처음 수립한 기록.

그러나 테슬라를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혼자 창업한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머스크 CEO는 창업자가 아니다. 2003년 테슬라를 차린 인물은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 머스크는 2004년 투자자 자격으로 테슬라에 참여한 ‘한발 늦은 창업자’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 엄밀히 말하자면 테슬라를 일으킨 공동창업자는 총 5명이다. 한발 늦은 창업자로 머스크 외에 이안 라이트와 JB 스트로벨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대성공으로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른 창업자는 머스크와 스트로벨 뿐이다. 다른 창업자들은 테슬라를 기껏 창업해놓고 왜 그 대열에 끼지 못했는지를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짚어봤다.

◇에버하드의 경우


테슬라가 창업했을 때 에버하드는 초대 CEO였고 타페닝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이어 2004년 머스크는 투자자로, 스트로벨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라이트는 전기차 개발담당 부사장으로 테슬라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들 5명의 공동창업자가 오랜 기간 함께 한 것은 아니다. 머스크 및 스트로벨과 나머지 창업자의 행보가 2004년 이후 결정적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라이트 부사장이 2004년 퇴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에버하드가 퇴사했고 2008년에는 타페닝도 회사를 떠난 반면 머스크는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고 스트로벨은 2019년에서야 퇴사했다.

역설적으로 에버하드와 타페닝이 테슬라의 성공에서 커다란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창업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로 상당한 돈을 번 머스크가 테슬라의 투자자로 테슬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2004년 투자자로 들어오면서부터 테슬라의 나스닥 상장이 이뤄진 2010년 사이에 진행된 총 9차례의 펀딩에 머스크가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머스크의 지분은 갈수록 커졌고 반대로 에버하드와 타페닝의 지분은 갈수록 줄어든 것.

포브스는 “에버하드와 타페닝은 머스크가 들어오면서 제공한 종자돈으로 테슬라를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머스크의 지분은 늘고 자신들의 지분은 줄어들면서 성공의 열매까지 누릴 수는 없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테슬라 경영진은 창업 초부터 연봉을 받는 대신 스톡옵션을 받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에버하드와 타페닝의 경우 점차 지분이 쪼그라든 결과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부를 쌓는 것도 불가능해졌다는 것.

에버하드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채 “내가 보유했던 테슬라 주식은 대부분 오래 전에 처분한 상황이라 현재 보유 지분은 비교적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사람들은 내가 테슬라 창업 덕분에 억만장자가 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에버하드는 머스크 때문에 2007년 테슬라에서 쫓겨났다는 입장이어서 송사를 벌였을 정도로 머스크와 나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머스크와 나의 개인적인 관계와는 상관 없이 테슬라가 전기차 혁명을 성공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타페닝과 라이트의 경우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타페닝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한 테슬라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테슬라 지분을 처분해 떼돈을 벌 일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전기차 업체를 세우려고 가장 먼저 테슬라를 떠난 라이트의 경우 역시 오래 전에 테슬라 지분을 완전히 처분했다. 테슬라의 성공의 열매를 나눠 가지는 것과는 애초부터 무관했다는 뜻.

라이트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은 단 한주도 없다”면서 “테슬라가 오늘날 시총 1조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기업이 될 줄은 물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테슬라를 떠난 스트로벨은 조금 경우가 다르다. 스트로벨은 지금도 상당한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 레드우드머티리얼즈를 경영하고 있는 그가 가진 테슬라 주식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머스크의 자산이 현재 2820억달러(약 333조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나 나머지 3명의 창업자가 테슬라의 성공에도 거의 재미를 보지 못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빛나는 성적인 셈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