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들이 더 나은 조건의 직장이나 업종으로 옮기기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이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으므로 ‘퇴사 사태’보다는 ‘전직 또는 이직 사태’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압도적으로 높은 접객업·외식업 퇴사율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자료를 근거로 직장을 그만두는 미국인이 최근 6개월 연속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그만두는 자발적인 퇴사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자발적인 퇴사자는 호텔을 비롯한 접객업과 식당을 비롯한 외식업에 몰려 있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실제로 미 노동부가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접객업과 외식업 종사자들의 퇴사율은 6.3%로 다른 업종과 비교가 불가능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역시 저임금 업종에 속하는 소매업종 근로자들의 퇴사율이 4.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제조업종 근로자들의 퇴사율은 2.5%, 건설업종은 2.6%, 금융업종은 1.5%, IT업종은 1.6% 등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임금이 낮은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규모 퇴직 사태를 주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구인대란과 좋은 일자리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도 대규모 퇴사 사태의 본질은 접객업과 외식업 노동자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구인대란은 단순히 근로자가 모자란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가 모자라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CAP는 “노동부가 가장 최근 집계한 지난 9월 기준으로 접객업과 외식업에서 발생한 퇴사자도 86만여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 업종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도 1100만건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을뿐 아니라 실제 채용건수도 650만건에 달해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저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의 유출과 유입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결국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CAP는 “사상 최고 수준의 퇴사율이 나타나고 있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와 새로 취업하는 사람도 없어진 자리나 퇴직한 사람보다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는 퇴직자들이 쉬기 위해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보다 근로자의 선택권이, 사용자에 대한 교섭권이 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CAP는 따라서 “저임금 근로자를 중심으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흐름이 뚜렷이 확인된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불평하거나 호소하기에 앞서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으려면, 좋은 인재를 구하려면 근로환경이나 처우 측면에서 상응하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권고했다.
CAP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은 오로지 기업의 권한이자 책임”이라면서 “근로자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면 그만큼 퇴사율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