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년째 지속된 '7.25달러 시대' 막 내려
“최저 임금 15달러(약 1만8000원) 실현”
이는 지난 2020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이 내걸었던 주요 대통령선거 공약이다.
오는 2025년까지 연방정부 및 관계기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최저 임금 수준을 올리고 나면 민간 기업의 최저 임금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략이 물론 깔려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연방 정부 차원에서 정하는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 1월부터 희망자들에게 먼저 최저 시급 15달러를 적용하고 3월부터는 연방정부와 계약하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최저 시급 15달러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미 의회에서 진행된 전면적인 최저 임금 인상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행정명령을 통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내린 것.
그러나 연방 정부 차원의 인상 조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지방 정부, 즉 주정부 차원의 최저 시급은 주 정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서다. 주정부가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 미국 전역에 걸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근래의 물가 급등세도 시간당 최저 임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 26개주 새해부터 최저 시급 인상
2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연방 정부가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한 조치에 호응해 시간당 최저 임금을 새해부터 인상하고 나선 주가 미국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시급 15달러 시대가 새해부터 전면적으로 열린 것은 아니지만 시간당 최저 임금 인상 조치가 절반 정도에서 열리는 진전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 2009년 이후 무려 12년째 7.25달러(약 8700원) 선에 묶여있어 원성이 자자했던 연방 최저 임금 문제에, 여론조사를 벌이면 미국인 10명중 8명꼴로 압도적으로 개선 요구가 컸던 최저 임금 인상 문제가 마침내 개선되는 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CNN은 재무 및 규제정보 전문업체 WKLR 소속 임금 전문가들이 최근 집계한 결과를 인용해 새해부터 최저 시급 인상에 나선 주가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총 26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디어드러 케네디 WKLR 임금 전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새해들어 미국 전역에 걸쳐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임금 인상 조치가 이뤄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다 최근 다시 악화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너19)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저 시급 인상에 나선 모든 주가 15달러로 인상한 것은 아니며 똑같은 폭으로 인상한 것도 아니다.
15달러로 올린 주는 캘리포니아주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인상폭이 다양하다.
WKLR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는 워싱턴주가 14.49달러(약 1만7000원)로 인상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오하이오주가 올린 최저 시급이 9.95달러(약 1만2000원)로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 더 적극적
최저 시급 인상에 업계는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고용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서도 인력 구하기에 비상이 걸린 것이 주요한 배경이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지난해말 발표한 통계 자료에서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5달러 선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LS는 지난 2020년 9월 대비 지난해 9월의 급여 인상률이 4.2%를 기록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올린 바 있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9월부터는 이를 18달러(약 2만1000원)으로 추가 인상했다.
글로벌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도 지난해 10월부터 최저 시급을 17달러(약 2만 원)로 인상했고 미국 3대 통신사에 속하는 T모빌은 최저 시급을 새해부터 20달러(약 2만4000원)로 크게 올렸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는 2025년까지 최저 시급을 25달러(약 3만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다.
마이크 시버트 T모빌 CEO는 “현재의 고용시장은 구직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인력을 구하려면 최저 임금 인상을 비롯해 기업들끼리 경쟁을 벌이는 것이 불가피한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