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밥, 혼술로 상징되는 이른바 ‘혼족 시대’는 이미 현대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접객업을 비롯한 관련업계의 영업 방식과 서비스도 급변하고 있다.
혼족 문화의 확산 역시 어찌보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을 함께 불러왔다. 혼족의 운명과도 같은 고독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 경제계만 혼족 시대에 대응하고 있지 않는 이유다.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서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고독 문제를 국가 차원의 주요 현안으로 인식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독부’라는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등 고독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 이 문제가 단기간에 극복되거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혼족이 느끼는 고독은 다분히 개인이 극복할 수 밖에 없는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색 직업의 산실로 통하는 나라이자 젊은층 사이에서 급증하는 고독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혼족의 고독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빌리는 ‘렌터맨(Rent-a-Man)’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세계 최초 전업 렌터맨
올해 38세의 청년 모리모토 쇼지는 세계 최초의 전업 렌터맨이다. 물론 공식 통계가 없는만큼 비공식적으로 그렇다.
모리모토는 최근 미국 CBS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렌터맨으로 일하는 것에 매우 만족하지만 특별히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편집자 출신의 이 청년은 전례 없는 직업인 렌터맨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18년부터. 당시 실직 상태에 있었는데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 렌터맨 서비스를 구상했다. 트위터를 기반으로 렌터맨 사업을 홍보하면서 손님을 확보했다. 그의 현재 팔로워는 무려 20만여명 수준. 그의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이 정도로 많다는 것.
미리 예약을 받고 출장을 나가는 방식으로 일한다는 그는 하루에 3명만 손님을 받는다. 지금까지 그로부터 사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받은 손님은 3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렌터맨이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렌터맨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고객의 고독감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함께 식사하기, 함께 쇼핑하기, 함께 산책하기, 생일 케이크 함께 자르기, 심각한 인생 고민 들어주기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활동에 참여해 벗이 되주는 것이 렌터맨이 하는 일이다. 다만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핵심이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등 대화를 나누는 것은 렌터맨의 임무가 아니다.
모리모토는 CBS와 인터뷰에서 “내 자신을 빌려드리는 것이라 내가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면서 “수다 정도를 같이 떨어주는 정도는 하지만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말을 건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집안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을 부탁하는 손님, 옷을 벗어달라는 손님, 친구가 돼달라는 손님도 있었는데 거절했다며 이런 일은 렌터맨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리모토는 “혼자 살면서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혼자 어딘가를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옆에 누군가가 있어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렌터맨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고독사 문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고독사의 문제는 혼족 문화가 확산된 것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닥치면서 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찰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만여명. 전년보다 750명 정도 늘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사회적 고독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해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생 대책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했다.
일본보다 한발 빨리 고독 전담 장관을 만든 곳은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고독은 국가가 나서 대처해야 할 사회 문제라며 지난 2018년 1월 내각에 고독부를 신설한 바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