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 190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2년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개설한 곳으로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입학하는 것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경영대학원 분야에서는 새로운 실험적인 강의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학원에서 지도자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2020년 초 개설해 현재 운영 중인 ‘행복학’ 과정 이야기다. 다분히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복의 문제를 MBA 과정에서 정식 강의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호응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수강 열기 뜨거워
화제의 강의는 ‘리더십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봄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는 과정이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즈음이다.
이 강의를 맡은 교수는 ‘국민총행복론(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행복 전문가 아서 브룩스. 현재 180명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이 강의를 듣고 있다.
‘리더십과 행복’ 강의는 2020년 처음 개설됐을 때 수강생은 72명에 불과했지만 2년 사이 수강생이 급증하는 바람에 수강신청이 시작되기 무섭게 신청이 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강의가 있을 때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이 강의를 들을 기회를 놓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수업을 들은 학생으로부터 수업한 자료를 구하려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는 것.
이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지도자가 행복을 관리하는 법’. 기업 경영인 자신의 행복과 팀 구성원의 행복을 도모하는 방법을 배운다.
외신은 “MBA 과정에서 행복학을 가르치는 것이 생경할 수 있지만 미래의 기업을 이끌 지도자에게는 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을 갖추는 것 못지 않게 정서적인 웰빙, 즉 행복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행복학 과정도 학생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능력만 뛰어난 기업인의 차원을 넘어 행복을 아는 기업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기업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끌어올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계기로 더 큰 관심 끌어
그러나 단순히 행복도를 높이는게 이 강의의 취지는 아니다.
행복을 모르는 경영인은, 행복을 관리할 줄 모르는 경영인은 결코 성공적인 기업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가르치는게 이 강의의 목적이라는 것.
브룩스 교수는 “행복을 우연한 결과물, 유전적 결과물도, 생활 환경의 결과물로만 여기는 것은 단견”이라면서 “행복은 가족, 친구, 의미 있는 직업, 신념 또는 인생관이라는 4가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살피는 일과 가까운 개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브룩스 교수의 7주 일정의 강의 계획서에 따르면 직장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업무와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방법과 관련한 내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즈음에 이 강의가 개설된 것은 우연이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제가 널리 확산되면서 직장생활과 개인의 삶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대규모 퇴사 사태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직장을 옮기는 현상이 전례 없이 확산되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기업 차원에서 아울러 커졌다.
특히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을 줄이는 문제, 현재 일하는 직원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는 문제, 번아웃을 방지하는 문제 등은 행복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리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현안이라는 지적이다.
브룩스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홈페이지에 올린 강의 소개글에서 20세기의 성자로 불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성공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