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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는 바이든 정부에 북한 문제 경종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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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는 바이든 정부에 북한 문제 경종 울렸다"

유 빈(于滨) 미국 위텐버그대 정치학 교수 인터뷰

유 빈(于滨) 미국 위텐버그대 정치학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에 북한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유 빈(于滨) 미국 위텐버그대 정치학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에 북한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에 북한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아직 북한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해결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계속되고 있어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국 문제에 집중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대거 빼내 중국 문제를 맡도록 재배치했다고 합니다. 이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서둘러 '관리'해야 할 긴박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국계 미국 정치학자로 미국 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유 (于滨) 미국 위텐버그(Wittenberg)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1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마오쩌둥 장군들의 코리아 기억(Mao’s Generals Remember Korea)' 등 한반도와 중국·러시아 관계에 관한 6권의 저서와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유 교수는 중국에서 출생해 베이징 제일외국어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해 스탠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과 중국의 대학 및 연구소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의 비교 정치를 연구했다. 미국에서 '중국 정치외교학자 연합회' 회장으로도 활동해왔다.
美 지난해부터 중국문제 집중
북한 관련 의미있는 정책 못내

유 교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를 논의하려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거론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중국 외무성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왕이 부장이 북한 핵 문제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이고, 미국은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에 주목하면서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왕이 부장이 미국과 북한 간 직접적인 대화를 지지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나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중국이 여전히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03년에 '한반도 위기 속 중국의 딜레마'라는 논문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 전쟁 이후 북한과 중국 간 동맹 관계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북·중 관계를 중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중국은 언제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반도 불안과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요인이고,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과 한국에 이어 대만까지 핵 능력을 보유하는 사태로 발전하지 않을지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따라
한반도 문제 '관리' 긴박감 고조

다음은 유 교수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지난 2월 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11번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중국 내 체류 시간이 9시간에 불과했으나 두 나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합의를 끌어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렸던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이후 25개월 만에 다시 만나 '새 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적 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두 나라 간 '비동맹'을 재확인하면서도 긴밀한 중·러 협력을 다짐했다. 두 지도자는 지금 미국을 불신하는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핵심국가이익(core national interests)의 약화 차단에 나서고 있다. 그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이고, 중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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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대로 러시아와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진 확장 차단에 나설 것인가.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관계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이 국가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이익이 분명히 다르지만, 미국은 '믿을 수 없고', 외교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정직한' 국가라는 게 두 나라의 공통된 인식이다.

러시아는 지난 1990년대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약속했던 '나토 동진 확장 배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유럽에서 항구적인 안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요구를 지지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나토 확장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영국, 호주 간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동맹' 확장이 아니라 유엔에 기반에 둔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 시대가 열리나.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국(strategic competitors)'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 강화, 민주주의 증진, 제재 유지 등을 밀어붙여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재정립 기대는 물 건너갔다. 중·러 공동성명은 두 나라 간 긴밀한 향후 협력을 예고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약 50년 전에 제기했던 '전략적 삼각관계(strategic triangle)'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판단이다."

미·중 관계는 최근 들어 악화
中의 對北 입장은 큰 변화 없어

-중국과 러시아가 선보일 '신밀월 시대'는 어떤 것인가.

"중·러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현실정책 입안자들이 공통으로 두 나라의 중요한 역학 관계를 간과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ship)' 관계라고 선언하면서 '동맹(alliance)'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두나라는 또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 무엇보다 '독립'과 '주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이는 두 나라가 1950년대 양국의 군사 동맹 관계에서 발생했던 대립을 의식한 결과이다. 두 나라는 이번 성명에서 '두 나라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고, 협력에는 금지 구역이 없다'고 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제한이 없고(open-ended), 유연한 (flexible) 전략적 상호 작용(strategic interaction)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중·러 연합이 충돌 코스로 가는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외부 세력이 특정 국가와 지역에 민주주의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지역 주민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맞선다. 중국과 러시아는 글로벌 시스템도 헤게모니에 좌우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눈에는 이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앞으로 이를 지속해서 추구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전략과 중·러의 과거 회귀 접근 방식 간 충돌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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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빈(于滨) 교수는?

△중국 베이징 제일외국어 대학원 학사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미 육군 전쟁대학 안보정책연구소(SSI) 연구원 △중국 푸단대 초빙 교수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 연구원 △미 스탠퍼드대 맥아더 펠로우 △중국 국가위원회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 △미 위텐버그 대학 정치학 교수 △미국의 ‘중국 정치외교학자 연합회’ 회장 △저서, ‘마오쩌둥 장군들의 코리아 기억’ 등 6권과 논문 150편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