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본고장은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항구도시 시애틀이다. 스타벅스가 시애틀에서 지난 1971년 시작됐고 본사도 이 곳에 있으니 스타벅스의 본고장이 됐다.
처음엔 소규모 커피 전문점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1982년 정치인 출신의 야심 찬 사업가 한명을 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로 도약하게 된다.
오늘날의 스타벅스를 만들어낸 인물은 바로 하워드 슐츠. 슐츠가 1986년부터 2000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회장으로 경영을 이끌면서 스타벅스는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경영일선에 물러나 명예회장만 맡고 있었던 그가 다음달 물러나는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의 바통을 이어 임시 CEO로서 스타벅스의 총사령탑을 다시 맡게 됐다.
슐츠가 복귀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급선무여서 소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전역에서 심상치 않게 늘고 있는 스타벅스 노동조합 때문이다.
특히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시애틀에 있는 매장에서도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되면서 스타벅스 경영진과 노조 및 노조 결성 추진 직원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동부 이어 본사 있는 시애틀서도 첫 노조 결성돼
22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시애틀 시내 브로드웨이 앤 데니웨이(Broadway and Denny Way)에 위치한 작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날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주관 하에 진행된 노조 결성 찬반투표 결과 9대0 만장일치로 노조 결성안이 통과됐다.
이 매장은 스타벅스 본사에서 얼마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곳으로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버팔로 소재 매장을 비롯해 이미 일부 사업장에서 노조가 결성됐으나 서부 지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조가 결성된 것은 스타벅스가 창업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시애틀 매장에서 노조가 결성됨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곳은 총 7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시애틀내 다른 매장에서도 노조 결성 찬반투표를 추진 중이어서 스타벅스 본고장의 노조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최소한 5곳의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NLRB에 노조 결성 투표를 신청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슐츠 전 회장 경영일선 복귀로 노사갈등 격화 우려
브로드웨이 앤 데니웨이 매장의 규모는 매우 작지만 스타벅스 경영진 입장에겐 상당한 타격을 준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매장 바리스타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노조 찬반 투표를 추진하자 경영진이 제동을 걸었으나 NLRB가 결국 노조 추진 직원들의 손을 들어주고 투표를 진행할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경영진이 당면한 더 큰 문제는 미국 전체 27개주에 있는 140여개 매장에서 노조 결성 투표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내 스타벅스 매장은 약 9000개로 노조가 들어선 곳이 아직은 일부 매장에 불과하지만 들불처럼 퍼지기라도 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어서다.
존슨 현 CEO가 지난 16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를 코앞에 두고 사퇴 의사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조 결성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슐츠 전 회장을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시킨 것 역시 최근들어 노조 결성 매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벅스가 창업 이래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원칙이 이미 일부 사업장에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공식적으로는 결성된 노조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슐츠 임시 CEO가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에 스타벅스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티머시 허버드 경영학과 교수는 시애틀 지역언론인 베이투베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슐츠 임시 CEO가 확산일로에 있는 노조 결성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지만 슐츠 전 회장만큼 노조에 강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은 없다는 점에서 노사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