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사이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기차와 관련한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반갑게만 여길 수 없는 점이 아울러 확인됐기 때문이다.
◇JP파워 “지난해보다 전기차 구매 의향 4%P 증가”
28일(이하 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최근 발표한 ‘전기차 구매의향 조사’ 보고서에서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음에 살 가능성이 매우 큰 자동차로 전기차를 꼽은 사람이 2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보다 전기차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미국의 소비자가 증가한 배경과 관련해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전기차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점, 특히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전기 픽업트럭들이 새롭게 이목을 끌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JP파워의 스튜어트 스트롭 자동차소매 담당 선임부장은 26일 낸 보도자료에서 “신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이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들의 관심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GM, 포드자동차, 현대차·기아 등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내놓고 있는 일반 브랜드 전기차에 다른 전기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전기차에 관심 있나
JP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자기 집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27%가 다음에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고 주택이 아직 없는 사람의 경우 17%가 차후 전기차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득이 적은 사람에 비해 전기차 구매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현재 전기차를 쓰고 있는 사람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미 전기차를 몰고 있다는 응답자의 48%가 다음번 차로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퇴근을 위해서든, 자동차 여행을 즐겨서든 운전대를 자주 잡는 사람이수록 EV 구매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고급 브랜드의 차종을 몰고 있는 사람일수록 전기차 구매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가 그런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 브랜드의 차를 끄는 사람 가운데 전기차를 사고 싶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비중으로 보면 현재 고급 차종을 모는 사람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더 컸지만 실제로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1년 사이에 많이 늘어난 차종은 일반 브랜드의 전기차였다.
다만 현재 고급 브랜드로 분류되는 테슬라 전기차를 주요 자가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다음번에 전기차를 구매 의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스트롭 JP파워 선임부장은 “테슬라 전기차가 여전히 시장의 압도적인 강자인 것은 맞지만 전기차를 새로 장만하는데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테슬라 전기차보다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만드는 전기차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전기차 잘 모르는 소비자 많아
그러나 JP파워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1년 사이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기차 관련업계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점, 관련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이번 조사에서 거듭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문제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갖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1년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에서도 자동차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관심을 갖지 않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기차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약 30%가 “전기차 자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구매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따라서 “전기차가 어떤 차인지를 알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도록 관련업계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들과 소비자들 사이에 지체 현상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동차시장 분석가인 폴 와티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상당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잘 모른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자체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 “상당수의 신차가 현재 속속 출시되고 있으나 이는 전기차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여러해가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