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라이다(LiDAR) 센서에 기반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라이다 센서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 빛, 즉 근적외선을 매개체로 이용해 전기차의 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레이저 빛으로 전기차와 주변 사물간 거리, 주변의 사물 및 지형 등을 파악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레이다 센서도 있지만 레이저 빛 대신에 전파를 이용하는 것이 다르고 주변 사물의 정확한 형체까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대개의 업체들이 라이다 방식을 쓰는 이유는 근적외선의 직진성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 사물에 맞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왜곡의 정도가 적어 정밀도 측면에서 카메라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반면 테슬라가 고수해온 광학 카메라 센서 중심의 ‘테슬라 비전 시스템’은 전기차 차량에 둘러싸듯 8개의 카메라 센서를 달아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카메라 센서는 라이다만큼 정밀하게 주변사물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로 보완하면 라이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카메라가 인식한 정보를 AI가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더 시장친화적인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테슬라는 주장해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심지어 “라이다 센서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비”라고 깎아내린 적도 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카메라 센서로만 가동되는 자율주행 시스템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테슬라가 최근 새로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레이다 센서를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 FCC에 4D 레이다 센서 사용승인 신청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4D(4차원) 정밀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레이다 센서 시스템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최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 테슬라 기술 마니아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동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트위터 계정으로 ‘켈렌’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 마니아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 테슬라가 FCC에 보고했다는 신형 레이다 센서의 도면을 공유하면서 “테슬라가 다시 레이다 센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일까”라고 물었다.
이 레이다 센서가 만들어내는 4D 지도는 테슬라가 종전에 쓰던 레이더 센서보다 두배의 정밀도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그동안 북미시장에 출하되는 모델3와 모델Y에 레이더 센서를 적용해왔지만 레이다 센서 방식을 포기하고 카메라에만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지난해 6월 밝힌 바 있다. 이들 차종의 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이 이같은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카메라 센서에 올인하겠다는 입장과 배치
그러나 일렉트렉은 카메라 센서에만 의존해 가동되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이미 장착한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FCC에 보고한 내용대로 이 신형 레이다 센서가 종전에 쓰던 것에 비해 정밀도가 매우 많이 개선된 것이라면 현재 공급되고 있는 FSD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은 뭐가 되느냐는 것. 기존 FSD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장치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들 경우에도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FSD 시스템은 하드웨어적으로 완성돼 있는 상태이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추후 필요할뿐 하드웨어 자체를 손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난 2016년부터 공언해왔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렉트렉은 “카메라 센서와 레이다 센서를 결합한 FSD 시스템보다 카메라에만 기반한 FDSD 시스템의 정밀도나 안전도가 더 높다”고 머스크가 주장한 것도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렉트렉은 “다만 머스크는 정밀도가 AODNK 높은 레이다 센서가 있다면 카메라 센서와 레이다 센서를 혼용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긴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 FCC에 사용승인을 신청한 신형 레이다 센서도 이의 일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