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초기 루블이 달러당 139달러까지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러시아 정부는 루블화의 놀라운 급등을 '서방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기록적인 석유 및 가스 수익
루블화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가스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다.
유럽연합(EU)은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자금을 러시아의 석유, 가스 및 석탄 구입에 쓰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이후 첫 100일간 러시아에서 980억달러(약 127조 원) 어치의 화석 연료를 구매했다.
외교정책연구소의 맥스 헤스 연구원은 "루블화에 대한 환율은 러시아가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1100억달러(약 143조 원)를 넘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엄격한 자본 통제
러시아가 기록정인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의 엄격한 자본 통제다.
러시아는 제재 때문에 수입이 매우 어려우며 러시아 정부는 외화 유출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록 어렵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 환율은 포템킨 환율(허위 환율)이다"라고 말했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Medley Global Advisors)의 신흥 시장 전략 이사인 닉 스태트밀러(Nick Stadtmiller)는 "당국은 제재가 가해지자마자 매우 엄격한 자본 통제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자본 유출이 거의 없는 반면 수출을 통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순 효과는 더 강한 루블이다"라고 말했다.
◇루블이 러시아 실제 경제 반영?
루블화의 강세가 러시아의 실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냐는 질문에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테모스 피오타키스(Themos Fiotakis) FX 대표는 "루블화 강세는 전반적인 국제수지 흑자와 관련이 있다"며 "이는 장기적 기본 거시경제 동향 및 펀더멘털보다는 제재, 원자재 가격 및 정책 조치와 관련된 외생적 요인에 훨씬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러시아 경제부는 5월 중순 러시아의 실업률이 거의 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5년까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을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수천 개의 국제 기업이 러시아를 떠났고 그 결과로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실업 상태에 빠졌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 로스스타트에 따르면 전쟁 첫 5주만에 러시아의 빈곤 인구가 거의 2배로 늘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