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독일 검찰의 수사를 과거 발생한 디젤게이트 당시 조사대상이었던 업체들에 대한 후속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15년 당시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16개 완성차업체들에 대해 배기가스 조작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선 바 있다.
독일 검찰은 현대차·기아에 대해 '배기가스 조작 혐의'를 적용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독일의 글로벌 부품업체인 보쉬와 델파이로부터 불법 배기가스 조작(디파짓 장비)장치를 납품받아 투싼 등 디젤차 21만대에 부착해 판매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에 대해 "독일 내 법인 사무실과 룩셈부르크의 현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이번 독일 검찰의 갑작스런 수사에 대해 당혹해하면서도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독일 기업인 보쉬와 델파이가 만들어 납품한 장비를 장착했는데, 오히려 현대차와 기아가 유탄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독일 보쉬와 델파이로부터 배가기가스 저감장치를 공급받고 있다. 독일 검찰 역시 이번 조사대상에 현대차와 기아 외에 보쉬와 델파이의 모기업인 보르크바르너그룹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보쉬와 델파이는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 디파짓 장치 개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특히 보쉬의 경우 2017년 2월 디파짓 장치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3억2750만달러(약 4230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보쉬와 델파이가 디젤게이트 이후에도 불법 디파짓 장비를 현대차·기아에 계속 납품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보쉬와 델파이가 문제의 장비를 알고도 납품했다면 현대차·기아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되지만, 현대차·기아가 알고도 납품받았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독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디젤게이트 조사의 연장선상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과 BMW 등이 연루됐던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 독일 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독일 연방자동차청(KBA)는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현대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포드 등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혐의가 있는 16개 업체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현대차의 iX35(국내명 투싼)와 유럽 전략차종인 소형해치백 i20 등 2종의 차량이 포함됐다.
주목할 대목은 당시 조사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6개 업체 중 닛산, BMW 등은 배기가스 조작혐의가 드러나면서 관련 처벌과 행정조치를 받았지만,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2015년 독일 자동차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이후 별다른 행정조치가 취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검찰이 현대차·기아에 대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오면서 당시 조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 검찰의 이번 수사의 근거가 당시 조사결과로부터 기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갑자기 불거진 악재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독일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수사로 인해 훼손될 브랜드 이미지를 우려하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현대차그룹이 배기가스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브랜드 가치 하락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현대차그룹에 악재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