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40년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고용시장에서 전에 없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고물가의 지속으로 살림살이의 불안감을 느낀 퇴직자들이 직장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3일(이하 현지시간) 금융 전문매체 머니와이즈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 계열의 고용시장 전문 싱크탱크 인디드하이어링랩이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의 골자다.
◇최근 들어 퇴직자 재취업율 가파른 상승세
보고서는 “퇴직자의 재취업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크게 감소했으나 그 이후 노동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컨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볼 경우 1년 전 퇴직한 사람들의 3.2% 정도가 다시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퇴직자의 재취업율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 2020년 2월 3.2% 수준에서 코로나가 극성을 부린 같은 해 6월에는 2.1% 수준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퇴직자가 다시 취업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물가 불안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취업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존 타노프는 머니와이즈와 인터뷰에서 “언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퇴직자들이 직장으로 복귀하는 흐름이 그동안 꾸준히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노프는 “고물가 국면이 펼쳐지기 전부터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기 시작했지만 퇴직자들 사이에서 물가는 급등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고 재취업에 나서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규모 퇴사 사태와 임금 인상
아울러 대규모 퇴사 사태로 인한 구인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퇴직자들이 고물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재취업에 적극 나서도록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코로나19 백신을 제대로 맞지 않은 사람이라면 예외지만 당국에서 권장한대로 접종을 한 퇴직자라면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도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것도 이같은 현상의 또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 산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소속의 미구엘 파리아에카스트로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지 않았으면 퇴직을 선택하지 않았을 미국인 퇴직자는 2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고물가를 견디기 위해 직장으로 복귀하는 퇴직자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노프 컨설턴트는 퇴직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젠 쓰기에 적당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에서 완전히 퇴직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에서 퇴직이라는 말 자체가 한계가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