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달러 강세가 2분기 기업실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스프레이 윤활유 업체 WD-40이 8일(현지시간)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스프레이 윤활유를 비롯한 각종 산업제품을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WD-40은 전날 장 마감 뒤 분기실적 발표에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공개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업체 가운데 하나인 WD-40의 3회계분기 순매출은 전년동기비 9% 감소했다. 분기 매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아니라 아예 줄었다.
증가세 둔화만으로도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빈번한 흐름에서 매출 감소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인플레이션 압력
WD-40의 어닝쇼크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WD-40은 나스닥거래소에서 8일 전일비 30.55달러(14.91%) 폭락한 174.30달러로 추락했다.
DA 데이비슨은 앞서 전날 WD-40 목표주가를 172달러에서 169달러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개리 릿지 WD-40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컨퍼런스 콜)에서 자사가 우선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고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한데다 지속적이었고, 단기간에 완화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WD-40은 다각도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차질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특히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비용 인플레이션이 워낙에 강력해 재정상태를 급격하게 개선시키지 못할 것으로 비관했다.
WD-40은 3회계분기에 미국내 가격을 25% 인상했지만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유럽 시장 매출은 러시아 제재에 따른 판매 중단으로 21% 감소했다.
이번 분기 실적을 발표할 다른 업체들 역시 러시아 경제제재 충격이 실적에 타격을 줄 것임을 예고한다.
강달러 충격
WD-40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처럼 달러 강세 충격까지 겹쳤다.
해외 시장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데다, 해외 매출을 국내로 들여올 때 환차손까지 입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같은 흐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올들어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국내 사업에 주력하는 종목들에 비해 주가 수익률이 더 낮았다.
올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시장에 노출된 기업들의 주가 낙폭이 더 컸음을 뜻한다.
이번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분기 기업실적시즌의 주요 관전포인트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인상 능력 제한, 강달러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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