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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내연차 퇴조에도 전기차는 '가격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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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내연차 퇴조에도 전기차는 '가격 역주행'

美 중고 전기차 가격 상승률, 내연차 대비 5배 이상 높아



미국의 중고 전기차 가격 추이. 사진=아이시카즈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중고 전기차 가격 추이. 사진=아이시카즈

어떤 제품이 일반화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무엇보다 가격이다.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 보급률이 아직 충분히 높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비싼 가격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기차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660만대로 약 22만대에 그친 지난 2019년 대비 3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힘 입은 바 크다.

그럼에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9% 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전기차 보급률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전기차 시장이 내연차를 점차 대체하면서 전기차 보급률도 계속 높아질 것이란 예상에 토를 달 사람은 없으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단기적인 전망은 비관적이다.

가격이 점차 내려가면서 내연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돼온 전기차의 가격이 적어도 최근 기준으로는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퇴조하는 내연차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 가격


24일(이하 현지시간)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업계 1위 테슬라를 위시해 포드자동차, GM, 리비안 등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최근 수개월 사이 일부 신차 모델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그 결과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전기차의 평균 실제 판매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올라 가격 상승률이 내연차 대비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따지면 중고 전기차 쪽이 더 심각하다.

미국의 자동차 정보사이트 아이시카즈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미국에서 거래된 중고 전기차의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54%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고 내연차 가격이 10.1% 오른데 그쳤으니 중고 전기차 가격의 상승률이 내연차 대비 5배 이상 높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추이를 보면 더 우려를 자아낸다.

중고 내연차의 가격 상승률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전년 동기대비 30% 대를 기록하다 4월 들어 20%로 떨어지더니 5월부터는 10% 선으로 더 내려온 상태.

반면 중고 전기차는 지난 1월에도 54% 대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54%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3~5월 사이에 40%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대체로 내연차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가 확인된다.

◇美 중고차 시장의 또한가지 특이한 점


미국의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확인되는 또한가지 특이한 점은 최근 출시된 고급 전기차 모델이 아니라 이미 출시된지 오래된 보급형 전기차의 가격이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원조로 불리는 ‘닛산 리프’와 닛산 리프와 함께 대중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온 GM의 ‘쉐보레 볼트 EV’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시카즈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닛산 리프 중고는 평균 2만8787달러(약 3842만원)에 거래돼 전년 동기대비 45%의 상승률을 보였고 쉐보레 볼트 EV는 2만8291달러(약 3776만원)로 29.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쉐보레 볼트 EV의 경우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닛산 리프보다 높았던 셈이고 지난 2010년 처음 출시돼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 닛산 리프의 경우 최근의 상황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판매량 급감으로 단종 절차를 밟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 상승을 이끈 모델은 기아자동차의 EV6를 비롯해 포드 F-150 라이트닝, GMC 허머 EV 등 최근 수요가 크게 몰리는 차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모든 중고 전기차 모델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유일하게 내린 전기차는 포르쉐가 처음으로 만든 고급 전기차 포르쉐 타이칸이었다. 지난해 대비 3.5% 내린 13만8033달러(약 1억8417만원)에 거래됐다.

◇가격 치솟는 이유


주요 전기차 모델의 중고 가격 추이. 사진=아이시카즈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전기차 모델의 중고 가격 추이. 사진=아이시카즈


더버지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이 이처럼 역주행하고 있는 배경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이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 △최근 휘발유 가격 불안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버지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 가격이 향후 몇 년간 불안한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배적이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가 오는 2026년까지 22%나 오를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비정상적인 전기차 가격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서명해 시행에 들어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전기차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 전기차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