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중동의 홍콩’으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올초 거래된 주택이 글로벌 부동산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이자 두바이를 상징하는 관광명소 ‘팜 주메이라섬’에 위치한 이 빌라가 관심을 끈 이유는 침실이 딸린 방만 10개에다 실내와 실외에 각각 풀장을 갖춘 초호화 주택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별장이 이 주택의 동네에 있어서만도 아니었다.
두바이라는 도시가 생긴 이래 사상 최고 가격인 8000만 달러(약 1074억 원)에 매각됐지만 매입한 사람의 정체가 베일에 가려진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가 그 주인공의 정체가 확인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가우탐 아다니 인도 아다니그룹 회장에 이어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20대 막내 아들 ‘아난트 암바니’가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이 초호화 빌라의 매입자로 드러났다는 것.
그러나 두바이 부동산에 관심이 큰 부호는 암바니 가문에 그치지 않는다. 전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리스크라는 먹구름이 드리워졌음에도 글로벌 부호들 사이에서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UAE 정부, 부동산 투자 유치 팔 걷어
두바이가 글로벌 슈퍼부자들 사이에서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UAE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이들을 유치하는데 나섰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골든 비자’라는 이름 장기 비자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온 점이다.
당초 투자자는 물론 과학자, 연구원 등 외국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도입된 골든 비자는 5년에서 10년 동안 유효한 장기 거주 비자로 부양 가족도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영주권으로 통하고 있다.
이 골든 비자를 UAE 정부가 최근 다시 손질해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부호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행 중인 골든 비자는 조건에 따라 10년 비자와 5년 비자로 구분됐었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10년 비자로 단일화했고 골든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200만다르함(약 7억3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로 완화했다.
◇부동산 투자 규모 인도>영국>이탈리아>러시아>프랑스 순
UAE 정부의 이같은 전략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투자 유치 전략이 글로벌 부호들 사이에서 먹힌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으면서 직격탄을 맞을 자신의 자산을 해외로 옮기려는 러시아 부호들 가운데 상당수가 두바이로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
부동산 컨설팅업체 베터홈즈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 두바이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증가했고 부동산 가치는 무려 8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에서 부동산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는 투자자는 아난트 암바니 같은 인도 재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그 다음으로는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순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등 5개국의 부호들이 두바이 부동산 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외에 캐나다, UAE, 파키스탄, 이집트, 레바논, 중국 부호들이 두바이 부동산을 많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그 결과 현재 기준으로도 UAE 내 부동산의 8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