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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영국 국적까지 포기하게 하는 브렉시트 후폭풍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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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영국 국적까지 포기하게 하는 브렉시트 후폭풍 현실화

브렉시트 후 궁지 몰린 EU 거주 영국인들 각자도생...3분의 2 국적 변경



EU 회원국에 주하는 영국인 현황. 색이 짙을수록 영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로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미그젠이미지 확대보기
EU 회원국에 주하는 영국인 현황. 색이 짙을수록 영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로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미그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요즘 쏟아내는 탄식이다.
영국이 EU 회원국일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았으나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밀어붙인 결과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된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 신세로 전락하면서 귀국을 선택해야 할지, 외국인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외국생활을 이어가야 할지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후폭풍에 궁지 몰린 유로존 거주 영국인들

영국이 EU 회원국이었던 브렉시트 이전에는 영국 안에 있든 영국 밖에 있든, 즉 유로존에 거주하든 상관없이 법적이나 경제적으로 거의 똑같은 처우를 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유엔에 따르면 브렉시트 발효 전인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유럽 대륙에 거주하던 영국인의 규모는 약 140만명으로 이 가운데 과반 이상이 EU 회원국에서 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현재 합법적으로 EU 회원국에서 거주하고 있을까. EU 통계국(유로스태트)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지난 1월 1일 공식 발효된 이후 현재 EU 회원국에서 정부로부터 합법적으로 거주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은 4만4000여명 수준으로 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몰려 있다.

이들 외에 EU 회원국의 국적을 취득한 영국인도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약 1만6000명에 이른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국적을 얻은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적으로 EU 회원국가에서 사는 영국인은 6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의 상당수는 불법적으로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으로부터 주거 허가를 받거나 EU 회원국 국적을 취득하면 되지만 문제는 그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는데 있다.

예컨대 변호사를 통해 신청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쓰는 비용도 매우 비싸고 신청 과정에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번역도 해야 하는데 번역일을 맡기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허가를 받든, 국적을 취득하든 밟아야 하는 관련 절차를 밟는데 매우 많은 종류의 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절차를 밟는데도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로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EU 회원국에 남아 있는 영국인들의 주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졌고 앞으로도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유럽 거주 영국인 3분의 2, 영국 국적 포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이라고 해서 조건이 같은 것은 아니다.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한 지난 2020년 1월 31일 이전에 이미 거주하고 있던 영국인에 대해서는 계속 거주하거나 계속 유학을 이어가거나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한 EU 회원국이 대다수다. 그러나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영국인이 선호하는 국가에서는 주거 승인을 새로 받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은 계속 거주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기존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영국인은 불법적으로 계속 거주하든가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새롭게 합법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방법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올들어 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가 영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국적을 포기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브렉시트가 영국인의 인구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 정부 지원 국책 프로젝트인 미그젠(MIGZEN)이 최근 유로존에 거주하는 영국인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 거주하는 영국인의 약 3분의 2가 브렉시트가 발효된 이후 영국 국적을 포기하고 거주하는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 가운데 일부는 유럽에서 출생한 자녀에게 영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아 부모가 영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