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졸업자를 비롯한 젊은 고학력자들이 보모 시장에 몰리는 기현상이 미국 사회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와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 크게 앞서는 보모 수입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보모로 일하면서 보수의 인상률이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모 중개 온라인 플랫폼 어번시터가 최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를 기록할 때 보모 비용은 11%의 인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보모를 부리는 비용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한때 내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2019년과 비교해 두배 정도 올랐다.
그 결과 미국 전국 평균 보모 비용은 아이가 한명일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20.57달러(약 2만8000원).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7.25달러(약 9800원)의 거의 3배 수준이다.
평균이 그렇고 보모에게 주는 시급은 계약하기에 따라 달라 어번시터에 따르면 25~50달러(약 3만4000~6만8000원)를 주는 경우가 보모를 이용하는 전체 가구의 56%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달러 미만(약 3만4000원)이 20%, 50~80달러(약 6만8000~10만8000원)가 19%로 그 다음이었다.
운이 좋아 56%에 속하는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는 경우 최고 7만원에 가까운 시급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뉴욕시의 경우에는 지난해엔 시간당 최대 25달러에 보모 비용이 형성돼 있었으나 올해는 30~45달러(약 4만~6만1000원) 수준으로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고학력 보모 수입, 1억원 이상 형성돼
보모 비용이 증가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보모로 나서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보모를 부리는 시급이 계속 올라가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고학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물가 인상률을 크게 앞서는 매력적인 수입이 보장되면서 아이비리그를 갓졸업한 고학력자들까지 나서 보모로 취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보모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플로렌스 야즈단파나 대표는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방금도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보모로 연결해줬다”면서 “고학력 보모의 경우 연봉으로 환산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은 충분히 벌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엄청 비싼 등록금을 냈을텐데 이 정도 수입이면 그동안 투자한 것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결코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좋은 학교를 나온 대졸자들뿐만 아니다.
현재 다른데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보모 취업 시장으로 몰리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어번시터의 린 퍼킨스 최고경영자(CEO)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간호사로 일하다 보모로 취업하는 경우를 최근들어 흔히 목격하고 있다”면서 “원래 하던 일에 비해 수입이 늘어나는데다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잇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보모를 고용하는 부모들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언제 또 코로나 같은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강해져 학교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도 공부시킬 수 있는 학력이나 경험을 가진 고학력 보모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