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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결혼 필요 없다’는 日 MZ세대 역대 최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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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결혼 필요 없다’는 日 MZ세대 역대 최고 찍었다



일본의 출산율(빨간색) 및 결혼율(보라색) 추이. 사진=일본 노동후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출산율(빨간색) 및 결혼율(보라색) 추이. 사진=일본 노동후생성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문제의 심각성을 최근 지적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인구 감소국으로 일본을 가리키면서 한 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를 통틀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81만여명으로 2020년보다 3.5% 감소했다. 일본에서 지난 1899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일본의 출산율이 6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자 일본의 출산율이 왜 감소를 거듭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조사 결과가 최근 일본에서 나와 주목된다.

2세를 가장 왕성하게 낳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서,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이 확인됐다.

◇日 MZ세대 남성 17.3%, 여성 14.6% “결혼할 생각 없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기관인 인구사회보장연구소(NIPSS)는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의 저출산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담아 최근 보고서로 펴냈다.

보고서의 핵심은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층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대목. 18~34세는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를 합친 집단과 대체로 겹치는 연령대다.

보고서에 따르면 NIPSS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MZ세대 여성의 14.6%와 남성의 17.3%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결과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NIPSS가 이 설문조사를 지난 1982년 시작한 이래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률이 이처럼 높은 적이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

첫 설문조사가 이뤄진 때는 일본이 이른바 ‘거품 경제’ 국면에 빠지기 직전으로 당시 조사에서 여성의 4.1%와 남성의 2.3%만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결혼 기피 현상이 불과 40년만에 가장 심화된 셈이다.

◇결혼과 개인 자유 공존 어렵다는 인식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심각해질수록 출산율도 크게 떨어지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곧 급격한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기반 자체를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젊은세대가 이처럼 결혼을 기피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결혼을 하면 직장생활 등을 통한 자아실현도 포기해야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자유를 빼앗기는 문제를 무엇보다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혼과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는 일은 결코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본의 젊은 세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젊은 남성의 경우 결혼을 하면 수반되는 가족을 부양하는 문제에 대해 커다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젋은 여성의 경우 결혼을 계기로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따라서 결혼한 여성 직장인이 재취업을 희망하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정책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의 직장문화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