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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 패권 전쟁 '불꽃'…중국, 5G·드론·배터리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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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 패권 전쟁 '불꽃'…중국, 5G·드론·배터리 우위

美, 클라우드 컴퓨팅·바이오·상업용 우주기술분야 앞서
2025~2030년 경쟁 최고조 현 추세 땐 美 승리장담 못해
중국 베이징 바이두 본사를 방문한 고객이 바이두 AI 로봇과 소통하고 있다. 중국은 AI, 상업용 드론, 초음속 무기, 리튬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바이두 본사를 방문한 고객이 바이두 AI 로봇과 소통하고 있다. 중국은 AI, 상업용 드론, 초음속 무기, 리튬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첨단 기술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권위주의 국가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검열로 대체하며 국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구도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만약 중국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면 이 모든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밥 워크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이 이끈 '특별 경쟁력 연구 프로젝트'(SCSP)는 '향후 5년 국가 경쟁력 도전들'이라는 제목의 189쪽에 달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런 경고를 보냈다. 이 보고서는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요청으로 작성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현재 미국에 앞서 있는 분야는 5G(5세대 이동통신), 상업용 드론, 공격용 초음속 무기, 리튬 배터리 생산 등이다"고 밝혔다. 미국은 바이오 테크, 퀀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상업용 우주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가 지적했다. 인공 지능(AI)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약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원'에 따르면 슈미트 전 CEO는 "중국이 내부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AI, 퀀텀, 소프트웨어, 반도체, 바이오 안보(biosecurity), 바이오 안전(biosafety),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분야에 미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전쟁이 2025~2030년 사이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미국이 중국에 승리하리라고 예상할 수 없다고 이 보고서가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을 제압하려는 3대 핵심 분야로는 반도체, AI, 5G가 꼽혔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고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금이 중국에 대한 투자에 사용되면 지원금을 즉각 회수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 (약 3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안 2022'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서 생산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축하면 정부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28나노(나노미터·1㎚는 100만분의 1㎜) 미만은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슈미트 전 CEO 등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선도 국가가 되려고 한다. AI 개발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미국이 윤리적인 이슈로 머뭇거리는 사이에 권위주의 정권인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에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이 프로젝트팀이 강조했다.

중국은 5G 분야에서도 미국보다 빠른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이 현 단계에서 중국보다 5G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청사진이 없는 상태라고 이 보고서가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 제27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조건 아래 중대한 핵심 기술에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적 체제를 완비하는 데 대한 의견'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 위원회는 국가의 산업·경제·안보와 관련된 몇몇 중점 분야 및 중대 과업을 목표 삼아 주된 공격 방향과 핵심 기술의 돌파구를 명확히 하고, 선도적 우위를 가진 핵심 기술과 미래 발전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반도체와 AI 등 미국과의 기술 경쟁 승부처가 될 분야에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려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