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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캘리포니아 기업들, 직원 연봉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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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캘리포니아 기업들, 직원 연봉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미국 근로자의 남녀간 임금 격차 추이. 사진=미 인구조사국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근로자의 남녀간 임금 격차 추이. 사진=미 인구조사국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경제계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무려 4000만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거주하는 미국 최대 주일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최대 고용시장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향후 미국 고용시장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이 최근 통과돼 미국 경제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밝히는 처우를 최저 수준에서 최고 수준까지, 즉 연봉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것을 의무화한 법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내용이지만 미국 최대 고용시장에서 먼저 물꼬가 트임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잇따를지 주목된다.

◇남녀간, 인종간 임금차별 해소 목적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로이터


29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앞서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돼 넘어온 일명 ‘급여 투명화 법’에 지난 27일 서명했다.

이 법의 골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15인 이상이 근무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채용 공고를 낸 뒤 구직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연봉의 범위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한 내용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1900만명으로 약 20만개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디즈니,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인텔, 웨스턴디지털, HP, 퀄컴, 우버, 어도비, 페이팔 등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연봉 범위를 구직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번에 발효된 법은 앞서 콜로라도주, 워싱턴주, 네바다주 등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급여 투명화 관련 법과 유사한 것으로 남성과 여성 직장인 사이나 백인과 유색인종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임금 차별이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실제로 미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여성 직장인은 남성 직장인보다 평균 17%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에 비해 무려 42%나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CNB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남녀간 임금 격차는 12% 수준으로 유색인종 여성 근로자의 남성 대비 격차가 특히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차별 반대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ERA의 레이미 스텐더 정책국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 근로자의 실질적인 처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주에서 남녀간 처우 차별을 해소하는 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에게만 유리하지 않아


이 법은 구직자에게만 유리한 내용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직자가 지원하는 일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봉과 최고 연봉을 구직자에게 공개하도록 한 것은 현재처럼 막연하게 처우 수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비해 구직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크게 도움이 될뿐 아니라 이미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

사용자가 업무나 직급에 따라 다른 연봉의 범위를 공개하게 되면 그 회사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상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처우가 공정한지를 확인할 수 있고 만약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이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사측에 개선을 요구하는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구인‧구직 플랫폼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BBC와 인터뷰에서 “급여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검토 대상과 검토할 필요가 없는 대상을 구분할 수 있어 불필요한 면접 일정을 잡는 등의 시간 낭비를 구직자나 사용자나 줄이도록 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