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트위터의 소송 제기로 다음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제시한 조건대로 인수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것. 머스크가 당초 계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이 3개월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계약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은 아직 섣부르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가 계약 파기를 번복했고 트위터 측도 머스크 측으로부터 이같은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으나 머스크와 트위터간 재판을 중단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계약 파기에 맞서 트위터가 제기한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재판을 중단할 이유가 아직은 없으니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양측의 재판은 다음달 1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델라웨어 법원 “재판 유예 요청 없으니 내달 재판 예정대로 진행”
5일 CNN에 따르면 머스크가 기존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트위터 측에 전달한 뒤 양측이 이번 사태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한 접촉에 나섰으나 아직 구체적인 합의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양측간 협상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일 중 양측의 접촉이 있을 예정이지만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온라인매체 복스는 “아직 트위터 경영진으로부터 머스크의 입장 번복에 대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다 머스크가 워낙 입장을 자주 번복한 인물이란 점에서 아직 이번 사태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이번 재판을 맡은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캐슬린 맥코믹 판사는 이날 이번 재판 절차와 관련해 발표한 결정문에서 “머스크 변호인단과 트위터 변호인단 모두 재판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을 하거나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당초 예정대로 다음달 17일 첫 공판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가 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비롯해 이번 사태를 원점으로 완전히 되돌리는 내용의 합의에 양측이 이르지 못하면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머스크, 왜 또다시 입장 번복했을까
머스크가 재판을 앞두고 기존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뜻밖의 선언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에릭 탤리 컬럼비아대 법학교수는 “어차피 재판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면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계약 파기를 번복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재판을 진행한 끝에 패소할 경우 계약 이행 지연에 따른 위약금까지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초 제시한 조건대로 가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판단을 머스크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행될 예정이었던 ‘법정 외 증언(depositon)'’에 대한 부담감도 머스크의 입장 번복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델라웨어주에 있는 와이드너대학의 폴 리건 법학전문대 교수는 “법정 외 증언까지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재판을 접기 위해 입장을 번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증언녹취’로도 불리는 법정 외 증언은 미국에 고유한 소송 절차로 변호인단이 재판에 사용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관련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듣고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로 법률로 정한 절차이나 판사의 개입 없이 변호사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6일 이번 재판과 관련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본사에서 법정 외 증언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날 트위터 측과 협의를 통해 증언을 연기하기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