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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메타버스 안 풀리는 저커버그 “시장 흐름 잘못 읽었다” 첫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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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메타버스 안 풀리는 저커버그 “시장 흐름 잘못 읽었다” 첫 시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가 미국 10대 부호 명단에서 밀려났다는 내용의 포브스지 최근 기사. 사진=포브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가 미국 10대 부호 명단에서 밀려났다는 내용의 포브스지 최근 기사. 사진=포브스

메타버스 비전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인기가 시들해지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재도약시키기 위한 야심 찬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재도약 조짐이 나타나기는커녕 사면초가에 몰리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메타버스 전략에 집중해 왔지만 메타버스라는 첨단 분야를 사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만 커지면서 사업은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는 순자산이 막대한 규모로 증발하는 결과를 맞았다.

포브스지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까지 미국 3위의 부호, 세계 11위 자산가였으나 지난달 기준으로는 미국 10대 부호 명단에서조차 밀려나는 상황을 겪고 있다.

그동안 메타버스 전략을 밀어붙이는 데만 주력해왔던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러나 메타버스 전략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틱톡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미국의 IT 전문 애널리스트 벤 톰슨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스트레이트체리와 전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업계의 최근 흐름을 읽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계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무시 못할 경쟁업체로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이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종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결 고리, 즉 뭔가 새롭게 발견된 사실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소비자들이 소통하는 최근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실토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소셜미디어는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틱톡류의 새로운 소셜미디어에서는 뭔가 흥미로운 새로운 내용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저커버그는 특히 “틱톡은 우리 입장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경쟁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난 틱톡이 유튜브보다 짧은 동영상을 보여주는 아류 정도로 단순히 생각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틱톡에 비해 영향력을 늘리는 노력을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틱톡의 경우 단순히 지인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의사소통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안들이 틱톡커 개인에 의해 공개되거나 틱톡커 개인이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폭로하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종래의 언론 보도 기사를 대체할 정도로 틱톡을 통해 새로운 소식이 전파되고 있는 새로운 추세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따라서 새로운 환경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느 누가 게시물을 올렸거나, 콘텐츠를 올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흥미로운지가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비전 포기 재검토 신호는 아닐 듯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비전을 밑어붙이는 과정에서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는 진단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메타 직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조직 내에서 저커버그 CEO가 메타버스 전략을 지나치게 무리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메타버스 비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직원들 사이에서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메타 직원들 사이에서는 특히 아무런 기반이 없어 리스크가 큰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벤처업체와 달리 메타플랫폼스는 이미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계열사로 둔 대기업의 위치에 올라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광고 수입을 챙기고 있음에도 메타버스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에 마치 벤처기업처럼 CEO가 올인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나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날린 돈만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메타플랫폼스 같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작은 손실이 아닌데 저커버그 CEO는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적자 기조가 향후 3~5년간 불가피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전략을 장기적인 사업으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어 투자자들과 직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는 것.

저커버그가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지만, 메타버스 비전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