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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백악관·머스크, ‘대이란 스타링크 지원’ 협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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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백악관·머스크, ‘대이란 스타링크 지원’ 협의 착수

타임誌 “스타링크 수신장비 이란내 밀반입 이미 시작돼”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이른바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이른바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제안한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지원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머스크의 제안에 대한 검토에 본격적으로 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전세계적으로 보급에 나서고 있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이미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망이 크게 망가진 우크라이나에 지원돼 통신망의 회복은 물론 우크라이나군의 대러시아 작전에도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시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열하는 등의 조치로 맞서자 머스크 CEO는 이란 국민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란에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란은 중동의 최대 반미국가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지정해 북한, 시리아와 더불어 포괄적인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여서 제재 조치를 완화해주는 미국 정부의 조치 없이 스타링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 정부 관계자 “스타링크 비롯한 대이란 지원방안 검토 중”


CNN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백악관이 최근 스페이스X 측과 이란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CNN은 “백악관이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제공과 관련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볼 때 인터넷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이란 정부가 억압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스타링크 서비스가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 국민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고 밝혀 이란 국민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 지원을 적극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이 관리는 “이란 국민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인터넷과 전화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리가 검토 중인 옵션 가운데 하나”라면서 “다만 스타링크 뿐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아울러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이란 사태와 관련해 낸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용기로 맞서고 있는 이란의 여성과 이란의 모든 시민과 함께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란 국민이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라고 밝힌 것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지원에 동의해 부분적으로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할 경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이어 스타링크 서비스가 특정 국가에 공식 지원되는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올린 트윗에서 “이란 정부의 억압에 맞서 국민이 더 많은 인터넷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이란에 대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에 ‘일반 제재면제 허가(General License)’를 부여한다”고 밝혀 머스크의 제안은 곧바로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 바 있다.

다만 그 뒤에 머스크 CEO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 무상지원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이 없이는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며 미 국방부에 비용 부담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란에 대한 지원 계획도 틀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듯 머스크 CEO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 무상제공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하는 대신 스티랑크 지원 비용에 대한 기부금을 공개적으로 받기로 한데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비용 부담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분위기다.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지원 가능성이 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 무상 지원을 둘러싼 비용 문제가 이처럼 ‘비용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CNN은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란에 제공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어떤 식으로 구체적으로 분담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타임 “스타링크 수신 장비 이란내 밀반입, 이미 시작돼”


권위주의 체제인 이란 정부가 스타링크의 이란내 보급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기존의 위성방송을 대체하는 통신수단으로 떠올라 널리 보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CNN은 “이란에서 위성방송은 이미 정부가 불법화한 방식이지만 실제로 이란 전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미 소규모의 스타링크 수신 장비가 이란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만 스타링크 수신 장비를 이란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란에 대한 스타링크 수신 장비 지원에 착수한 미국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타링크 관련 장비가 이미 이란에 밀반입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블링큰 미 국무부 장관이 이란에 대한 부분적인 제재 조치 완화를 발표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타임은 “스페이스X는 이미 지난달부터 이란 지역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신 장비만 있으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