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연기관차의 자리를 전기차로 채우는 과정에서, 즉 전기차를 대중화시키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소비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또한가지 중요한 걸림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유력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자동차 신뢰도 조사’ 보고서의 골자다.
◇전기차 신뢰도 평균 이하…첨단기술 자랑하지만 소비자들 불만 커
컨슈머리포트의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된 내용의 핵심은 전기차, 정확히 말하면 순수전기차(BEV)가 대형 픽업트럭과 아울러 역대급 수요를 누리고 있으나 ‘신뢰도’ 측면에서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컨슈머리포트의 신뢰도 조사 보고서는 2000년식~2022년식 자동차 모델 30만개를 대상으로 최근 12개월간 엔진, 변속 시스템, 전자장비, 마감 등 17개 분야에 걸쳐 소비자들의 불만이 집중된 부분을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2023년형 모델도 일부 포함됐다.
전기차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아직 크게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유는 역설적이다. 순수전기차에는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돼 있으나 오히려 첨단기술의 집합체여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는 것.
보고서는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하고 있고 새 전기차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나 신뢰도 측면에서는 통상적인 수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M의 쉐보레 볼트, 포드차의 머스탱 마하-E,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 폭스바겐의 ID.4 등 대부분의 순수전기차에서 배터리 팩, 충전 시스템, 구동 모터 등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예년보다 많이 제기돼 낮은 신뢰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순수전기차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포트가 설문조사를 벌인 미국 소비자들의 36%가 앞으로 차를 산다면 하이브리드차를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하이브리드차는 순수전기차에 비해 판매량은 적지만 신뢰도에서는 조사 대상 전체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카가 2위, 하이브리드 SUV가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대형 픽업트럭의 신뢰도가 전기차와 아울러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그 배경에 대해 “소비자들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 없이 문제가 생겨 카센터에 자주 갈 필요가 없다는 장점에다 가격도 순수전기차 대비 저렴한 점 때문에 하이브리드차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하이브리드차는 판매량 기준 세계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2023년형 렉서스 NX’, ‘2023년형 포드 매버릭’, ‘2023년형 도요타 코롤라’ 등으로 집계됐다.
◇도요타 1위, 기아 9위, 테슬라 29위
이같은 분위기 속에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4단계나 떨어져 조사 대상 글로벌 브랜드 24개 가운데 29위라는 매우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근한 예로 유례가 없는 초대형 최첨단 주조 프레스 설비를 통해 이른바 ‘일체형 차체’ 생산을 추진 중인 테슬라 전기차의 차체를 위시해 조향 및 서스펜션 시스템, 도색 등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신뢰도를 추락시킬 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모델3의 경우 소비자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어 평균 수준의 신뢰도를 기록했으나 모델S, 모델Y, 모델X에 보내는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평균 수준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최상위 10위에 든 브랜드 가운데 7개 브랜드 역시 일본(도요타, 렉서스, 마즈다, 혼다, 스바루, 아큐라)과 우리나라 업체(기아)의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조사 때보다 6단계 올라 9위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10위에 들지는 못했으나 지난해보다 9단계 상승한 12위를 기록했다..
도요타의 렉서스는 구동 방식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이번 조사에서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미국 브랜드 가운데서는 포드자동차 계열의 브리미엄 브랜드 ‘링컨’이 유일하게 10위에 이름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유럽 브랜드에서는 BMW가 지난해 조사 때보다 10단계 상승해 3위를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