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복권 여부를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결정하겠다고 예고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결국 트럼프를 복권시키기로 결정했다.
머스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하루동안 자신의 계정에서 트럼프의 복권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즉석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찬성 51.8%, 반대 48.2%의 결과가 나온 것을 근거로 트럼프 복권을 결정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의 결정 후 충분히 예상되는 후폭풍에 대중의 의견에 따른 조치였다는 방어막을 미리 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실제로 트위터에 복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머스크가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알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머스크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반발하는 목소리가 즉각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복귀 문제가 머스크의 허용을 계기로 새삼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형국이다.
◇머스크 “민심이 천심”이라며 설문조사 결과 근거로 트럼프 복권 허용
머스크는 18일 트위터에서 벌인 돌발 설문조사가 뜨거운 참여 속에 진행된 것에 고무된듯 “민심이 천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트럼프에 대한 복권 결정 사실을 20일 알렸다.
발표 내용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복귀시키라는 의견을 밝혔으니 트럼프를 복권시키겠다”는 것.
설문조사 결과는 찬성 51.8%, 반대 48.2%는데 머스크는 역대급 참여율이 나타난 것에 고무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려 1500만명이 넘는 트위터 사용자가 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기 때문. 머스크는 “1억3400만명에 달하는 트위터 사용자가 이 이 설문조사를 지켜봤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6일 사실상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와 겹치는 극우 보수세력이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직후 머스크가 새 주인이 되기 전의 트위터가 1‧6 사태의 배후로 의심 받은 그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정지시킨지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계기로 그가 트럼프에 대한 영구퇴출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머스크는 영구퇴출 조치의 재검토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중간선거 이전에는 결정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으나 설문조사라는 방법을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다양하고 주요한 사안에 대해 돌출 설문조사를 자주 벌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 투표를 통해 트럼프의 복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 트위터 사용자 설문조사로 확대(?)
한발 더 나아가 머스크는 1억이 넘는 팔로워를 둔 자신에 대해 한 팔로워가 전 트위터 사용자 설문조사를 제안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팔로워가 “1억200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벌이는 설문조사의 통계학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면서 “차제에 모든 트위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하자 “국가별로 전 트위터 사용자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나를 따르지 않은 트위터 사용자라도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설문조사라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유보적 반응…반발 목소리 터져나와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로 되돌아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위터 등 주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한 뒤 새로운 활동의 무대가 된 보수성향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남아 있겠다는 뜻을 피력했기 때문.
트럼프는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지지 유태인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나의 트위터 복권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규모 투표가 열렸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트위터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은 매우 강력한 소셜미디어이기 때문에 계속 남게 될 것 같다”고 덧붙여 트루스소셜에 체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머스크와 아울러 트위터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막강한 1인 미디어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트루스소셜의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굳이 배를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꾼 일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점에서 첫 번째 반응으로 나온 이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머스크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미국 여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 대체로 나왔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개혁성향의 소장파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은 1‧6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돼 미 하원의 특별조사까지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는 것은 불행한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의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의 복권을 지지하는 트위터 여론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9일 올린 트윗에서 “트위터는 트럼프가 1‧6 사태를 선동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던 소셜미디어”라면서 “여러명의 미국 시민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미국 시민이 다쳤을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 부통령까지 시해를 당할뻔했던 사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수당 소속의 빌 파스크렐 하원 의원도 “지금부터 682일 전에 미 의사당이 폭도들에 의해 유린당한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머스크의 결정을 비난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권단체인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 회장은 별도로 낸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머스크의 트위터에서는 1‧6 사태 같은 폭력 사태를 조장해도 좋다는 뜻”이라면서 “트위터 광고주들이 트위터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