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주가가 21일(현지시간) 급등세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하락세로 출발한 이날 디즈니는 밥 아이거 전 최고경영자(CEO)의 복귀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 밤 디즈니는 밥 채픽 CEO가 물러나고 전임 CEO였던 아이거가 복귀 해 디즈니를 이끌게 된다고 전격 발표했다.
채픽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상 해고였다.
CNBC에 따르면 채픽은 아이거가 다시 복귀한다는 사실까지 알지 못할 정도로 회사의 후임 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아이거는 20일 밤 곧바로 CEO로 복귀했다.
아이거 복귀에 환호
주식시장은 아이거 복귀를 크게 반겼다.
그동안 복귀 의사가 없다고 거듭 부인해왔던 아이거는 디즈니를 반석 위에 올려 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채픽은 거듭된 실수와 불운이 겹쳐 그의 짧은 재직 기간 디즈니 주가가 40% 폭락했다.
채픽은 2020년 2월 아이거에게서 디즈니 지휘봉을 물려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관, 테마파크가 봉쇄되기 직전이었다.
채픽이 경영권을 잡은 뒤 곧바로 큰 시련을 겪은 디즈니는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폭등세 속에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채픽이 취임하던 당시 130달러 수준이던 디즈니 주가는 지난해 200달러를 웃돌았다.
영화관 문을 닫으면서 개봉영화 배급이 차단되고, 테마파크도 봉쇄됐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그 빈자리를 메꿔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들어 스트리밍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치솟는 금리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기둔화 등이 겹치면서 디즈니+를 포함하는 디즈니의 직접소비자부문은 급전직하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3분기 컨텐츠 제작 비용 지출 증가세가 매출 증가율을 앞지르면서 14억70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변화 예고
디즈니를 2년간 이끌기로 합의한 아이거는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아이거는 디즈니를 이끌었던 지난 15년 간 과감한 변혁을 결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디즈니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방향을 180도 틀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다.
아이거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면 디즈니를 지금의 미디어 공룡으로 이끌었다.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은 모두 아이거가 CEO로 있던 당시 디즈니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이거는 디즈니+를 출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CEO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2019년말 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시켜 지난해 디즈니 주가 급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추격 매수 신중해야
아이거의 취임에 따른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디즈니에 열광하고 있고,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모펫네이선이 아이거 취임을 이유로 디즈니 추천의견을 '시장수익률(중립)'에서 '실적 상회(매수)'로 상향조정하는 등 애널리스트들의 추천 의견 상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JP모건은 이날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JP모건의 필립 쿠식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면서 추격 매수 자제를 권고했다.
쿠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즈니를 '매수' 추천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그러나 단기적인 추격 매수 자제를 권고하면서도 비중확대를 추천했고, 1년 뒤 목표주가도 135달러를 제시했다.
디즈니는 이날 5.78달러(6.30%) 급등한 97.58달러로 마감했다.
한편 디즈니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아이거가 CEO로 복귀하면서 스트리밍 부문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2.93달러(1.02%) 하락한 285.05달러로 마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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