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H-1B 비자를 얻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외국 인력에 초비상이 걸렸다. IT 업계에 정리해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H-1B 비자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실직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서 해고된 H-1B 외국 근로자들 “몇달만 더 있게 해달라”
정리해고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퇴사 시점을 몇 달만 늘려달라는게 이들의 요청 내용이다.
이들이 퇴사 시점을 4개월 뒤로 늦춰달라고 한 이유는 미국 법률상 H-1B로 취업한 외국인이 해고를 당할 경우 최대 60일까지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기간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강제로 출국당하는 것이 불가피해서다. 이들은 특히 4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메타가 지급키로 한 사실을 예로 들며 퇴직금 대신에 4개월 더 재직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줄 것을 메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을 4달치 주는 것이나 퇴직금을 4달치 주는 것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게 아니냐는 것. 이들은 청원서에서 “대책 없이 해고를 당하는 바람에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게 됐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메타 뿐 아니라 미국 IT 업계 전반적으로 정리해고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60일간 유예기간 만으로는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청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최고경영자가 인수한 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 등에서도 대대적인 감원이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60일 유예기간내 새 직장 못하면 강제출국 신세
H-1B 비자를 얻어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인력은 매년 6만5000명 수준으로 이들이 취업하는 직종은 대부분 IT 업계의 전문 직종에 몰려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만5000명 정도의 외국 전문인력이 미국 IT 업계에 취업한 것으로 추산된다.
H-1B 비자는 발급을 받은 후 최장 6년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더라도 다른 스폰서 회사를 구하면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데 문제는 없다.
지난 2017년 1월 이전에는 H-1B를 비롯한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이 직장을 잃으면 유예기간이 없어 곧바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지만 그나마 2017년 1월 이후 유예기간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스폰서 기업을 구할 수 없을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강제로 출국 조치될 수 밖에 없다는 것. 학생 비자나 투자 비자로 신분을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보장된 방법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0일간의 유예기간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해고를 당한 날을 기준으로 당초 발급받은 H-1B 비자의 유효기간이 60일 이상 남아 있는 경우에는 60일 동안의 유예기간이 적용되지만 비자 유효기간이 60일보다 짧게 남아 있는 경우에는 그 잔여기간 동안만 유예기간이 적용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