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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넷플릭스 '직원연봉 공개' 뒤 난리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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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넷플릭스 '직원연봉 공개' 뒤 난리 난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게이토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 사진=와이어드닷컴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게이토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 사진=와이어드닷컴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최근 직원 연봉을 처음으로 공개한 뒤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직원 연봉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미국 최대 고용시장인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돼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해 9월 발효시킨 ‘급여 투명화 법률’에 따라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5인 이상이 근무하는 모든 기업에서 직원 채용 공고를 낼 때 ‘연봉의 범위’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법이 연봉의 범위를 공개하도록 한 취지는 연봉 수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 구직자의 입사 지원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인데 넷플릭스가 공개한 연봉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는 것. 연봉의 범위를 공개하는 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색케 할 정도였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매우 폭넓게 연봉 수준을 공개해 이같은 논란에 가세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규모가 2000만명에 육박하고 이 법에 따라 채용시 연봉의 범위를 공개해야 하는 기업은 20만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구체적인 연봉 수준을 밝히는 것까지는 강제하지 못한 이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업무임에도 연봉은 10배 차이


14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법에 따라 직원의 연봉 범위를 공개하면서 특정 업무의 경우 하한이 9만달러(약 1억1200만원), 상한이 90만달러(약 11억2000만원)라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같은 일임에도 입사하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이 사람에 따라 10배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업무가 다르거나 직급이 다른 것도 아니가 같은 일인에도 10배나 다르게 처우한다는 의미여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공개하나마나한 정보 공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캘리포니아주 로스게이토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엔지지어를 뽑는 채용 공고에서 밝힌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 앨런이라는 이름의 구직자는 지난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느 유명한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뽑으면서 연봉을 9만달러에서 90만달러로 공개한 것을 봤다”면서 “이런 정보 공개를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테슬라 역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새로 뽑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연봉 수준이 8만3200달러(약 1억300만원)에서 41만7600달러(약 5억1900만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해 넷플릭스와 함께 도마에 올랐다.

다만 테슬라의 경우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연봉 수준을 10만4000달러(약 1억3000만원)에서 34만8000달러(약 4억3000만원) 사이라고 상하한 폭을 줄이는 식으로 바꿔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와 테슬라 연봉 범위 가장 폭 넓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테슬라가 공개한 연봉 수준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두 기업에서 밝힌 연봉의 상한과 하한의 차이가 어느 기업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캄프러헨시브닷아이오라는 연봉 조사업체가 이달들어 채용공고를 낸 700개 IT 관련 업체들이 급여 투명화 법에 따라 공개한 연봉 수준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13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서 20만달러(약 2억5000만원) 사이였는데 넷플릭스와 테슬라가 공개한 정보는 상한과 하한의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로저 리 캄프러헨시브닷아이오 최고경영자(CEO)는 “대개의 기업은 법에 맞춰 정보를 공개했지만 일부 기업이 공개한 연봉 수준의 범위는 지나치게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은 식으로 공개하는 것을 선의에 의한 행위로, 법의 취지에 맞는 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나 테슬라 같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오히려 급여 투명화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테슬라의 경우 이번 채용 공고에서 “테슬라 직원에 지급되는 연봉은 급여와 보너스는 물론 기타 각종 수당으로 구성되며 근무지, 업무 능력, 경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연봉 수준은 전형 절차를 완료하고 합력 통지를 받은 뒤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역시 근무지, 이력, 업무 성격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