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외 자산 투자가치 급등…'킹달러' 더 이상 매력 없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초점] 미국 외 자산 투자가치 급등…'킹달러' 더 이상 매력 없다

신흥시장 자금 유입도 한몫
모멘텀 회복 유로·엔화 급등
전문가들 한동안 하락세 전망

달러화가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달러화가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매도 압력이 커짐에 따라 달러화는 최근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화의 하락은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 완화 기조 전환 이슈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조치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 외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 달러인덱스 넉 달 새 114→102로 하락


달러화 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불과 4개월 사이에 114에서 102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한다.

이처럼 빠르게 달러인덱스가 떨어진 이유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명백해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7일 오후 기준 연준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89.2%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유럽과 일본 등 금리인상 압력이 약했던 국가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크게 강화한 것도 달러화 급락에 일조했다. 일본은 완화적 통화 정책 국가에서 긴축적 통화 정책 국가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연준보다 더 강경한 긴축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과 신흥 시장은 최근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기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몇 안 되는 국가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은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 났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중국 및 신흥 시장 투자 지분을 늘리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주요 중국 주식은 지난해 10월 저점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17일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역내 외환시장에서 6.7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 11월 한때 달러당 7.3위안까지 상승했던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강세(환율 하락)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한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신흥 시장도 중국의 개방에 영향을 받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올해 중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 시장인 중국의 개방으로 구리 가격은 이달에만 8% 가까이 급등하면서 7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 달러화가 힘을 잃는 까닭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달러 약세에 한몫을 하고 있으며 위험 자산의 랠리는 다시 달러 약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이 18일 열리는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추가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통제 정책을 폐기할 경우 달러·엔 환율이 현재 달러당 128엔대에서 달러당 125엔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주요 통화들의 가치도 상승세에 있다. 유로화는 장중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유로당 1.0874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는 1개월 만에 최고치인 1파운드당 1.228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외 통화의 강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상보다 온난한 겨울 날씨 덕분에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를 모면하면서 이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모멘텀 회복으로 연결됐다. 낮은 천연가스 가격도 유럽의 긍정적인 경제 전망에 파란불을 켰다. 유로화 약세 구간에서 약세가 심화됐던 유럽 증시가 유로화 반등과 함께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 유로존 주요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제지표도 예상을 웃돌았다.

지난 12월 ECB가 연준보다 훨씬 매파적 기조를 보인 것도 유로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ECB가 2023년 2분기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추가 인상해 3.2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물가 사정이 미국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ECB는 2024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가 최근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달러화 하락세와 유로화·엔화 절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명의 외환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올해 달러가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미국 금리가 높게 올라있는 이상 어느 수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를 낙관하면서 연말 달러인덱스 전망치를 기존 104에서 98로 대폭 낮췄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