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나선 것이 비근한 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있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 빨대뿐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온갖 물건을 담는 비닐 봉투나 봉지도 일회용 플라스틱이고 음식을 포장할 때 쓰는 비닐랩도 일회용 플라스틱이며 각종 음료수를 담는 페트병도 일회용 플라스틱에 속한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개선 시민단체 킵아메리카뷰티풀(Keep America Beautiful)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종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눈으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종류의 플라스틱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필터 1위…지구 5바퀴 돌 정도로 많이 버려져
킵아메리카뷰티풀은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연간 발생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종류별로 살펴봤다.
그 결과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담배 필터였다. 2020년 한해에만 무려 97억개의 담배 필터가 쓰레기로 버려진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에서 버려진 일회용 쓰레기의 19.6%가 담배 필터인 것으로 파악됐다.
담배 필터는 흔히 솜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대개의 경우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목재나 면실에서 얻은 셀룰로오스를 초산화해 아세톤 등의 용매에 녹인 후 용액 방사 공정을 통해 제조된다. 뿔테 안경에도 이 소재가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필터 한 개에 약 1만2000개의 매우 가느다란 플라스틱 섬유가 들어있고 이것이 자연에서 분해되는데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봐서는 플라스틱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담배 필터가 사실은 환경 파괴 주범에 속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표 주자라는 얘기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담배 필터가 1위를 차지했다는 미국의 조사 결과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기관들이 조사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킵아메리카뷰티풀에 파악한 것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2020년 버려진 담배 필터를 전부 모아 나란히 이으면 지구를 다섯 번 돌 수 있는 거리가 된다”면서 “킵아메리카뷰티풀의 집계는 보수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3위는 비닐봉지와 비닐랩
버려지는 담배 필터와 나머지 폐기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규모 차이는 현격했다.
담배 필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식품에 사용하지 않는 비닐 봉지와 식품에 사용하는 비닐랩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버려진 비닐 봉지는 약 28억개로 추산됐고 비닐랩은 약 26억개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어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 폴리스타이렌(EPS)이 약 14억개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플라스틱 용기가 약 6억5000만개로 4위, 음료수용 플라스틱 컵이 약 5억8700만개로 5위, 음식 포장용 EPS가 약 5억8300만개로 6위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트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닐 봉투의 경우 약 3억700만개로 8위를 차지했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음료수와 음식을 담거나 포장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종류가 최상위 10위 품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