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파워 ‘2023년 미국 시판 자동차 내구성 평가’ 결과…특히 고급차 사양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관련 오류 많아

자동차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지표에 속하는 것이 차량의 ‘내구성(dependability)’이다. 고장이 적을수록 내구성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유수의 소비재 전문 시장조사업체 JD파워도 신차 구입 후 3년이 경과한 차량 소유주를 대상으로 차량 100대 가운데 문제나 불만이 생긴 건수를 기준으로 내구성 평가 결과를 정기적으로 내놓는다. VDS 수치가 낮을수록 차량의 내구성이 높은 것을 뜻한다.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동차의 내구성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이 새롭게 확인돼 관련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격이 비싼 고급차일수록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급차의 대명사 랜드로버, 내구성 꼴찌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비근한 사례가 고급차 브랜드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통해온 랜드로버가 273점을 얻어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가장 내구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 토요타 렉서스가 133점을 얻은 것과 거의 하늘과 땅 차이를 보였다.
고급 전기차의 대명사라는 테슬라도 242점을 기록해 랜드로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JD파워는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중 브랜드인 기아가 152점으로 3위를 기록한 반면에 테슬라는 바닥권의 성적을 얻었다”면서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의 내구 품질이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은 JD파워가 내구성 조사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랜드로버뿐만 아니라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포르쉐, 지프 같은 고급 브랜드도 내구성 평가에서 평균(186점) 이하의 하위권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오류 많아

JD파워는 고급차의 내구성이 대중차보다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새롭게 개발된 첨단 부품이나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고급차일수록 내구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바꿔 말하면 고급차는 통상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싼 자동차를 뜻하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최신 기술이나 최신 부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차 또는 보급형 자동차보다 먼저 탑재하는 것이 대체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JD파워 보고서는 특히 최신형 고급차를 중심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는 사양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고급차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했다.
JD파워의 프랭크 헨리 자동차 팀장은 “대중차와 고급차의 내구성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고급차에 흔히 탑재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기술적 난도 자체가 높은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는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면 고급 브랜드에 가장 먼저 적용하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란 종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 진화한 제품으로 운전자는 물론 모든 차량 탑승자에게 주행과 관련한 정보와 즐길 거리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차량 내 환경을 통칭한다.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기타 차량용 기능성 장치들과 연동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차량 자체를 하나의 이동수단 겸 휴식 공간, 업무 공간,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혁신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JD파워는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가운데서도 내장 음성인식 시스템, 안드로이드 및 애플과 연동하는 시스템, 블루투스 연결 시스템,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장치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내구성 평가 점수를 끌어내리는 경우가 흔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