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시스템 설치해 머스크 트윗 1000배 많이 노출되도록 변경" 증언

머스크 CEO가 급기야 자신의 트윗이 트위터를 도배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팔로어를 이미 거느리고 있는 그가 트위터 주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면 현재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를 두고 있는 막강의 1인 미디어다.
◇ 트위터 엔지니어들에게 갑자기 내려진 알고리즘 수정 지시
머스크가 트위터 알고리즘을 조작하면서까지 자신의 트윗을 도배하고 있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제기한 곳은 미국의 IT매체 플랫포머다.
플랫포머의 기사가 나온 뒤 다른 주요 매체들이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플랫포머는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간) 낸 단독 기사에서 복수의 트위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날 새벽 머스크의 사촌으로 트위터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임스 머스크가 알고리즘 업무와 관련된 엔지니어들에게 급히 연락을 해 “긴급한 일”이라며 특명을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특명의 내용은 머스크 CEO가 올린 트윗의 조회 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트위터의 트윗 추천 알고리즘을 즉시 변경하라는 것. 경영진의 심기를 거스르면 목이 잘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이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곧바로 특명을 이행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에 있던 머스크 CEO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로 직접 날아와 엔지니어들을 모아놓고 알고리즘 수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것이 플랫포머의 주장이다.
그 결과 무려 80명이 넘은 엔지니어들이 달라붙어 알고리즘을 변경했는데 트위터의 기존 트윗 추천 알고리즘에 특별한 시스템을 설치해 머스크의 트윗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손질했다고 한다.
플랫포머는 이 작업에 투입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의 트윗이 보통의 트위터 사용자보다 1000배나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갑자기 이날부터 트위터를 켜면 머스크의 트윗이 가장 먼저 뜨는 바람에 놀랐다는 증언이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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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내려진 이유는 바이든 트윗
이들 관계자는, 이른 새벽에 이 같은 지시가 갑자기 내려진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스포츠 경기인 미식축구 슈퍼볼이 개막한 가운데 전날인 12일 오후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를 앞두고 머스크 CEO가 이글스를 응원하는 트윗을 올렸으나 조회 수가 900만여 건에 불과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느꼈다.
머스크 CEO가 올린 트윗을 본 사람의 수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내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글스 팬이라며 응원하는 트윗을 앞서 올렸는데 이 트윗의 조회 수가 3000만 건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트윗에 비해 조회 수가 형편없이 적은 것에 머스크가 빈정이 상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이글스에 대한 응원 트윗을 삭제해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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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의 문제라는 비판도
이번 사건은 머스크를 둘러싼 이해충돌의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IT매체 와이어드는 “이번 사건은 머스크의 인수를 계기로 개인 회사가 된 트위터가 총수의 생각에 따라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면서 관계 당국이 개입해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와이어드는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인 머스크가 미디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트위터는 머스크 입장에서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데 머스크가 자신이 소유한 트위터를 공론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 역시도 이해충돌의 차원에서 본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