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새벽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미군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키이우 방문이었다. 백악관의 보좌관들은 그의 극비 방문을 위해 몇 달에 걸쳐 세심한 계획을 수립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선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는 내 마음의 한 부분을 사로잡았다”며 4억6000만 달러(약 5980억원)의 추가 군사 원조를 발표했다.
장기간 지속된 전쟁의 피로감은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평화회담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팔에 영양주사를 맞아야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12월 말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워싱턴을 깜짝 방문한 지 두 달 만에 직접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날아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17일이었다. 그의 깜짝 결심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은 백악관과 펜타곤 내부에서도 극소수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중인 국가로 여행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언제 이를 러시아인들에게 통보할 것인가라는 미묘한 외교적 타이밍이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갈등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떠나기 몇 시간 전 크렘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깜짝 방문은 과거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전쟁 지역을 방문한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훨씬 더 위험했다. 그 장소들과 달리 미국은 이번에 영공이나 공항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그런 탓에 대통령의 여행은 훨씬 더 작은 규모로 계획됐다.
되돌아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 틀어박혀 주말을 보낸 과정에는 뭔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그와 영부인 질 바이든은 교회 예배를 마친 후 델라웨어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늑한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에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