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약 50분 동안 지난해 경제 상황과 올해 목표 등이 담긴 정부 업무보고를 낭독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중국 경제에는 코로나19 등 예상을 뛰어넘는 대내외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우리는 큰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둘째로 낮은 3.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내걸었던 목표치 ‘5.5% 안팎’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 제시된 ‘5% 안팎’ 목표치에는 올해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신중한 시각이 담겼다. 중국은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 전환 뒤 코로나 충격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세계적인 고물가와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2% 초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도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경기 상황도 좋지 않다. 이를 감안할 때 굳이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소비 회복·확대를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도시·농촌 거주자들의 수입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증가해야 하며 서비스 분야의 소비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기술 발전을 가속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정부가 은행부터 에너지, 통신, 철강 등의 산업을 지배하는 국영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을 고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또 "중국은 외국 기업에 더 큰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비교적 보수적인 목표에 대해 외부 성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춘제(春節·설)를 기점으로 올해 중국 경제가 강한 반등세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경제 반등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주문이 계속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안정되지 않았다. 미·중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소비자의 신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것인지가 중국 경제 전망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작년 '5.5% 안팎'을 목표로 제시했다가 3.0% 성장에 그친 바 있다. 중국 당국의 성장 목표치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 중국이 2년 연속 성장 목표를 낮춘 것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5% 목표를 '실용적 접근'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성장 목표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