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 폭락과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글로벌 카운터파트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조기 파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무부 대변인은 언론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 폭락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통상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지면 주요 은행과 접촉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미국 금융기관이 유럽 은행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부 등 미국의 관련 당국은 유럽 은행의 건전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CS는 최근 2021년과 2022년 연간 결산보고서와 관련해 회계상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CS는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지난해 4분기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의 고객 자금 유출을 겪어 이미 상황이 악화한 상태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CS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면서 은행권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전날 급반등한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와 팩웨스트 방코프의 주가가 각각 14%, 18% 이상 폭락 중이며, 키코프, 자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등 소형 은행들의 주가도 5% 이상 하락했다.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의 주가도 4~5% 이상 하락 중이다. SPDR 금융주 펀드는 3%가량 밀렸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모두 부진했다.
2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4% 줄어든 69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소매판매는 3.0% 증가에서 3.2%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떨어져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날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0.3% 상승도 하회했다. 2월 PPI는 비계절 조정 기준 전년 동기 대비로는 4.6% 올라 전월의 5.7% 상승을 크게 밑돌았다.
뉴욕주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3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24.6으로 전월의 -5.8보다 더 하락했다. 이날 수치는 시장의 예상치인 -7.8보다 부진한 것으로 수치가 마이너스대이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임을 시사한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은행권의 건전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CNBC에 출연해 금융 부문의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은행 파산이 은행 산업 전반에 대한 심리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규모 신용 연장 위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출에 집중하기보다 대차대조표 강화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에 많은 은행이 장기 채권에 투자했을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가치가 하락했을 것이라며 시장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재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는 숲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적어도 몇 주간 시장은 공포와 반등 사이에서 요동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2.54% 하락했고, 영국 FTSE지수는 2.78% 떨어졌다. 프랑스 CAC지수는 3.09% 밀렸고, 범유럽지수인 STOXX600지수는 2.27% 하락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7% 하락한 배럴당 68.18달러에,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4.14% 밀린 배럴당 74.24달러를 나타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재무 건전성 문제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가 맞물리면서 이날 장중 한때 30%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15일(현지 시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주가 폭락 여파로 휘청였다.
유럽 은행주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고꾸라졌다가 반등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이날 전거래일 종가 대비 4.61% 하락한 25,565.84로 거래를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도 4.37% 내린 8,759.10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3.83% 내린 7,344.45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58% 떨어진 6,885.71,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27% 낮아진 14,735.26으로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는 3.46% 하락한 4,034.92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유럽 증시 하락은 주로 은행주들이 이끌었고, 선두에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있었다.
스위스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30% 이상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에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영국 바클레이스, 독일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네랄 주가도 이날 7∼12% 하락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크리스 보샹 IG그룹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SVB 사태를 언급하며 "미국의 지역 은행에서 시작된 위기가 갑자기 유럽의 위기로 변질했다"고 진단했다.
보샹은 로이터 통신에 크레디트스위스가 "벼랑 끝에 불안하게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것이 유럽 은행들이 오늘 오후 두들겨 맞은 이유"라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현지 시간)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CNBC방송에 따르면 무디스 투자자서비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미국의 잇단 중소 지역은행 붕괴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SVB와 실버게이트 은행, 시그니처 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들 은행의 파산에 따라 (미국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SVB 파산 사태에 긴급 대응한 데 이어 13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금융규제 강화 방침을 내놓자 야당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바이든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인 소셜트루스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면서 "은행이 벌써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공황기의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허버트 후버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정부 당시 금융 규제 완화가 SVB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도입한 금융 규제를 전임 트럼프 정부가 완화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 일부를 트럼프 정부에 돌렸다.
미국 SVB 붕괴 사태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급하게 대피 중이다.
예금자와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한 미 연방정부의 긴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공포 심리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