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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그림자 금융업체', 상업용 부동산 긴급 '구원투수'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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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그림자 금융업체', 상업용 부동산 긴급 '구원투수'로 괜찮나

SVB 파산 이후 중소 은행과 채권 시장 앞다퉈 떠난 공백 메우기 나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사진=커머셜 옵서버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사진=커머셜 옵서버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지역은행과 중소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새로운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존 은행과 채권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앞다퉈 발을 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80%를 중소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나 개발자와 투자자들은 새로운 대출 기관을 서둘러 찾아 나서고 있고, ‘그림자 금융업체’(shadow lender)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섀도우 뱅킹(shadow banking)은 투자 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은행의 투자 전문 자회사 (SIV) 등과 같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업을 말한다. 런 그림자 금융업체가 구조화채권을 비롯한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한다. 그러나 일반 금융 시장과과 달리 투자 대상의 구조가 복잡하고,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그림자 금융이라 불린다. 비은행 금융 기관은 연금펀드와 보험사, 헤지펀드, 뮤추얼 펀드 등을 아우르고,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의 중소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자금을 서둘러 회수하거나 추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건수는 지난 1년 사이에 18%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와 개발자들이 은행에서 재융자를 하지 못하면 비싼 이자를 요구하는 그림자 금융업체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다.

크레디트 스트레티지스에 따르면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Carlyle) 그룹은 최근 다세대 주택,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에 15억 달러 (약 1조 9600억 원)를 대출해 주었다. 최근 사모펀드를 비롯한 그림자 금융업체들이 기업 대출 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고, 지난 1년 사이에 이런 대출금이 5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그림자 금융업체들이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소비자 금융 분야 등에도 손을 뻗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국제적인 금융 감독 기관인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지난해 비은행 금융기관의 글로벌 금융 자산은 239조 달러까지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 금융자산의 49%에 달한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연간 성장률이 7%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약 2000 원에 가까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만기가 2025년 말까지 도래하면서 이것이 향후 금융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2025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1조 5000억 달러(약 1980조 원)에 가깝고, 대출자들이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2027년 만기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500억 달러(약 726조 원)로 정점을 찍는 등 향후 4년간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모건스탠리가 밝혔다. 이 은행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고점 대비 40%가량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 업체 트랩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2700억 달러에 이르며 이 3분의 1 정도가 사무실 대출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금리가 치솟자 비은행 금융 기관의 부실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은행권의 자산 비중이 커진 탓에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면 은행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금융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