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저커버그는 사명까지 변경해가며 엄청난 돈을 메타버스 사업에 쏟아부었음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는커녕 사업성 자체가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이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타버스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절치부심해온 저커버그가 새로운 비전에 꽂힌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비전이란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AI 분야다. 심지어 페이스북을 AI 기반의 플랫폼으로 개편하기 위해 사명까지 가칭 ‘메트AI’로 변경할 계획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 자체도 결국 부질없는 짓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즉 메타버스에 이은 또 다른 실패작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울러 나오고 있다.
◇ 보스워스 메타플랫폼스 CTO “AI 개발 부서 출범시켰다”
25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AI 사업으로 또다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곳은 미국 월가에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
번스타인은 IT 관련 투자자들에게 최근 제공한 투자 노트에서 “저커버그가 AI와 사랑에 빠졌으니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명을 바꾸는 일까지 검토되고 있을 정도로 저커버그가 AI 사업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메트AI’가 저커버그가 고려하고 있는 새로운 사명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메타플랫폼스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플랫폼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발언한 내용을 근거로 번스타인의 관측을 뒷받침했다. 메타플랫폼스의 기술적인 문제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보스워스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린다.
보스워스 CTO는 지난 6일 닛케이아시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부서를 몇 달 전에 새로 출범시켰는데 매우 분주한 상황”이라면서 “나는 물론이고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 부서와 관련한 일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플랫폼스의 핵심들이 최근 들어 AI 개발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보스워스는 다만 “우리가 AI 사업에 갑자기 관심을 쏟은 것은 아니고 10여 년 전부터 AI 분야에 투자를 벌여왔다”면서 “온라인 광고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가 챗GPT가 인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 투자자들 “또 돈만 쓰고 실패하는 것 아니냐”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생각은 메타플랫폼스 경영진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분위기라는 것.
오픈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먼저 판을 벌이고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가세하면서 짧은 사이에 폭발적으로 커진 AI 시장에 메타플랫폼스가 뛰어들 경우 그동안 진행된 구조조정 노력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메타플랫폼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직 효율화를 통해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그러나 저커버그가 AI 사업에 꽂혀 투자를 확대할 경우 메타플랫폼스의 향후 자금 흐름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